국가기술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4년간 직원의 가족들을 시험 감독관이나 보조원으로 위촉한 뒤 지급한 수당 중 일부 내역이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이 공단은 이 기간 공단 직원의 가족 373명에게 시험 채점, 감독위원 위촉을 이유로 수당으로만 40억여 원을 지급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이 공단은 올 4월 정기 기사·산업기사 시험 답안지를 파쇄하거나 분실해 수험생 600여 명이 재시험을 치른 곳이다.
● 전관 업체에 273억 일감 몰아주고 채용 명단 전달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는 ‘제 식구 챙기기’로 대표되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서 감사원은 2021년 말 기준 정부 출연금을 지급받은 공공기관 155곳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해 비위 의혹이 있는 18개 기관을 선별해 집중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자산담보부증권인 P-CBO 발행 업무를 한 전관 업체에 맡겼다. 이 업체는 신보 사우회가 인수한 곳으로 신보 퇴직자들이 대표이사와 임원을 지내는 곳이었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퇴직자가 대표를 지내는 전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한 기획재정부의 지침을 어긴 것.
이 업체는 신보 고위급 퇴직자들의 재취업 창구였다. 신보가 매년 이 회사에 ‘채용 요청 명단’이라며 고위 퇴직자의 명단을 건네면, 업체는 이들을 관리 이사로 채용했다. 신보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이 업체에 총 273억여 원의 일감을 몰아줬다. 그 대가로 퇴직자 71명이 일자리를 얻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퇴직자가 설립한 폐비닐업체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재부가 정한 용역 단가보다 인건비를 71억여 원 많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에 근무하는 공단 퇴직자 수십 명의 급여를 공단 재직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줬기 때문이다.
● 2100억 원 쌓아두고도 정부 출연금 수령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각 지역으로 본부를 이전하고도 주무 부처 승인 없이 수도권에 사무실과 인력을 둔 공공기관들도 적발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보건복지인재원, 한국도로공사 등 12개 기관이 주무 부처 승인 없이 서울과 경기에 사무실을 두고 많게는 120여 명의 직원까지 배치한 것.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경우 전체 근무일수 223일 중 79일만 대구 본부에서 근무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9개 기관의 직원들은 허위 출장 신청 등 방식으로 출장비를 빼돌렸다. 이들은 열차표를 예매한 뒤 이를 근거로 출장 비용을 산정받고, 이후 버스나 자차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교통비 차익을 챙겼다.
정부 출연 공공기관들이 총 2100억여 원에 이르는 여유 재원을 보유하고도 정부 출연금을 그대로 받아온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기관 자체 수입으로 메우지 못한 부분만 보전해 주는 기재부는 이 기관들이 이만큼 여윳돈이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 감사에선 기관들이 정부에 반납해야 할 지원금 1740억 원 중 591억 원을 양대 노총의 ‘공공상생연대기금’에 기부해 국가 재정이 낭비된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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