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신의 체포안 ‘부결’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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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 땐 정치검찰에 날개 달아줄것”
오늘 표결 앞두고 입원중 입장 밝혀
與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저버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사진)가 20일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두고 부결을 촉구한 것.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비판했다.

단식 중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1989자 분량의 글을 올리고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뜨리겠다는 꼼수”라고 썼다. 이어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투표 관련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올해 2월 첫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이 대표가 부결 투표를 요구한 직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결하는 게 적절하다”며 “다만 이를 당론으로 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30여 명의 의원들이 자유발언에 나선 가운데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앞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만큼 가결시켜야 한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다수 의원들은 부결 의견을 냈다고 한다. 최근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부결 투표’를 약속한 의원 명단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표결이 이뤄지는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열기로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본회의에 민주당이 제출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함께 보고됐다. 21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 체포동의안 순으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했던 이재명, 黨에 ‘체포안 부결’ 직접 요구


[이재명 체포안 오늘 표결]
李, 野의총 2시간 앞두고 입장 밝혀
입원중 1989자 분량 글 올리게 해
野지도부, 李 ‘부결’ 촉구에 당황
6월 19일 이재명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모습. 뉴스1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 세워주십시오.’

20일 오후 1시 30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단식 중 병원으로 옮겨져 3일째 입원치료 중인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직접 입장을 밝힌 것.

이 대표는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썼다.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의원총회를 2시간여 앞두고 ‘부결 당론’을 채택해 줄 것을 사실상 촉구한 것이다.

2시간 45분가량 이어진 의총에서 당 최고위원회는 “부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그러나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한 이 대표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 李 “부결” 갑작스러운 촉구에 원내지도부 당황

이 대표가 표결 관련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월 첫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 대해 날을 세웠을 뿐 체포동의안 표결 관련 언급은 피했다. 이 대표의 메시지는 예정에 없다가 이날 오전 급하게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던 원내지도부도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병문안 때도 건강상태가 좋지 못해 길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 이 대표는 이날 구두로 1989자 분량을 읽었고, 이를 최측근이 받아 써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2월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지도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탈표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혹시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이 대표가 직접 나서 부결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1일 표결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297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 시 가결된다. 입원 중인 이 대표와 구속 중인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148명이 가결정족수다. 국민의힘 소속(111명) 및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2명)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6명)과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까지 가결표를 던진다고 계산할 경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진영에서 28명만 이탈해도 가결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끝을 내야 한다’는 당내 피로감이 적지 않다”며 “원내지도부 내에서도 가결 필요성이 나오는 등 당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 결과를 전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영장실질심사에 대한 거부감 탓에 이 대표가 당초 공언과 다르게 부결을 호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법률가임에도 초조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법리 대결이 아닌 여론전으로 사건을 끌고 가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병원에서 회복 치료 중인 이 대표는 현재 거동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전 표결을 앞두고 전국 원외지역위원장과 지지자들이 대거 국회에 집결하기로 한 가운데 당내에선 이 대표가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 당 지도부, 부결 당론으로 정하진 않아

이날 당 지도부는 ‘부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힌 뒤 의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영 원대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부결을 당론으로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의총에서도 의원들에게 이같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날 30여 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선 가운데 ‘부결’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가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 의원들은 “무슨 근거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약속을) 우리가 뒤집나” “각자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변인도 “지도부의 요청에 공감하는 의견도, 공감하지 않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럴 거면 왜 불체포특권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본회의장에서 뜬금없이 왜 포기하겠다고 이야기했나”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자신의 체포안#부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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