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北노동자, 암 걸려도 제대로 치료 못받아”

  • 뉴스1
  • 입력 2023년 9월 21일 09시 30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평양 노동신문=뉴스1)]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파견된 근로자들이 암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 보도했다.

RFA가 입수한 러시아 파견 북한 건설회사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54명 중 8명이 말기암 등 중병으로 노동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

문건은 8명에 관해 ‘주재국 보건기관의 의학감정으로 노동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위암과 림프종, 간경변, 폐기종, 추간판 환자가 각 1명씩이고, 심장병 환자가 2명, 1년 이상 된 진단불확정 환자가 1명이다.

한 50대 남성은 2015년에 러시아에 파견돼 2021년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문건은 “현재까지 회사에서 자체로 면역치료를 했다”라며 “환자 자신이 계속 쓸데없이 신경을 쓰다 보니 병 상태는 계속 악화돼 현재는 식사도 하지 못하고 진통을 받는 상태”라고 책임을 환자에게 넘겼다.

2020년 폐기종 진단을 받은 50대 근로자는 폐기종 크기가 3.5cm였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5cm로 커졌다.

지난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을 살펴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RFA에 “코로나19 시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었다”라며 “그런데 북한 당국이 알아서 대응하라는 식으로 지시를 했고, 치료나 백신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결국 ‘믿고 있었던 조국이 우리를 버렸다’라는 인식들이 굉장히 많았고, 해외 노동자들이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분 문제와 치료비 문제로 병원에 갈 수 없어 생니를 스스로 뽑은 노동자도 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파견 노동자들의 수입은 월급에서 당국에 바치는 자금과 각종 운영비, 지원비 등을 제하면 약 10~20%만 수중에 남고 이는 미화로는 한 달에 겨우 100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5000~6000달러 이상의 현지 병원비를 지불할 여력은 없다는 게 RFA의 지적이다.

문건 마지막에는 “질병 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하여 현재 자금 지출이 제일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라며 “회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조국과 전혀 연계를 가지지 못한 조건에서 조국의 결론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기록됐다.

노동자들이 중병에 따라 잇따라 노동력을 상실하고 있지만 평양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라고 RFA는 분석했다.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는 유엔 회원국이 자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본곡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극동지역에는 여전히 북한 노동자 수천명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농업·건설 부문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북한 근로자의 파견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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