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1일 정치권 예측을 뒤엎고 가결되면서 민주당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95명에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이는 민주당에서 가결 이탈표가 최소 29표 나왔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 모임인 ‘민주당의길’에서 다수의 가결표가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계 설훈·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은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언했던 불체포권리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 비명계의 지적에도 당초 민주당 내에서도 부결 기류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단식투쟁과 정부·여당과의 강대강 대치로 인한 비토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 대표 취임 이후부터 계속된 ‘사법리스크’에 대한 피로감이 다수의 이탈표 발생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결을 촉구한 것도 당내 반감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체포권리 포기 약속을 번복했다는 비판과 단식투쟁이 결국 ‘방탄 단식’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향후 당내 갈등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당이 ‘심리적 분당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본회의장 방청석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원외 친명계 인사들이 주축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와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등이 주도해 개최한 국회 앞 집회에서도 지지자들의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혁신회의는 이 대표 가결 이후 논평을 통해 “국회가 정답을 내지 못한 것을 개탄한다”며 “민주당 일부 의원에 대해 큰 실망을 표한다. 노골적인 야당탄압에 저항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 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비명계를 겨냥했다.
이어 “불체포원칙, 무죄추정원칙, 행정부의 폭주에 대한 방어권으로서 정립된 불체포권한, 이 모두를 무시한 의회결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법원이 정답을 내놓을 때까지 중단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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