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여야 관계는 더 얼어붙었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해임건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아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판단한다. 대통령실은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밝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도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2030 부산 세계박람회 관련 보고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전자투표로 표결된 총리 해임건의안은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16명, 기권 4명으로 의결됐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298명)의 과반수 찬성(150표)이 필요한데 민주당(168석)과 정의당(6석) 등 야당이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표결 뒤 “해임 사유가 없는 사안을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연계해 처리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명분이 없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도 표결 전 반대 토론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은)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제안 설명에서 “국정 전체의 광범위한 무능과 폭망 사태의 중심에 한 총리가 있었다”며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가 무능력 해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이 추진할 때부터 (수용하지 않겠다는)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결의하자 “막장 정치 투쟁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해임건의안은 법률안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하더라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역대 총리 해임건의안은 한 총리를 포함해 총 9차례 발의됐지만 실제 국회를 통과한 적은 없었다. 정일권(1966년 6월), 황인성(1993년 5월), 이영덕(1994년 10월) 전 총리 등은 국회 표결에서 모두 부결됐다. 민주당이 주도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9월 박진 외교부 장관, 같은 해 1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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