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21일 밤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는 한 마디로 ‘아수라장’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밤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이어진 의총에선 친이재명(친명), 비이재명(비명) 의원들간 서로를 향한 날선 발언이 이어지면서 회의장 밖에서도 고성이 들렸다.
홍익표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겠다”고 의총 도중 뛰쳐나오자 우원식 의원 등이 급히 만류하는가 하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 오영환 의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이날 회의장을 나서면서 “20년 만에 이렇게 험한 분위기의 의총은 처음”이라고 했다.
● 가결파 “내로남불” vs 부결파 “존중하라”
이날 의총에서 설훈, 김종민 의원 등 그동안 가결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비명계 의원들은 발언대에 올라 “우리 의견도 존중해 달라”며 “이럴 때일수록 당이 뭉쳐야 한다”고 했다. 설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나는 이재명 대표를 탄핵한 것”이라고 발언했다고도 한다.
그러자 친명계 의원들은 “소수가 다수의 의견을 따랐어야 한다” “당신들이 뭉치자고 말할 입장이냐”며 잔뜩 날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설 의원 면전에서 “‘돈봉투’ 의혹 명단에 본인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을 땐 ‘당이 도와줘야 한다’더니 당 대표보고는 스스로 맞서라 한다. ‘내로남불’”이라고 저격했다. 박주민 의원은 “만장일치가 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 대비해 다수결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이탈자들을 압박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한 비명계 의원이 발언을 하려 하자 친명계 의원들로부터 “어딜 나서느냐”며 육두문자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너무 흥분해 누가 나오든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최악의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설 의원의 ‘이재명 탄핵’ 발언 이후 의원들이 격앙됐다”고 전했다. 감정이 격해진 일부 의원들은 의총 도중 회의장 밖으로 뛰어나오기도 했고, 의총장 밖에서도 의원들 간 설전이 이어졌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제1야당의 밑바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의총이었다”며 “국민을 대표해 모여있다는 국회의원들끼리 서로를 향해 육두문자를 날리고, 고성을 내지르고 수준 이하의 모습을 노출했다”고 했다.
● 친명 “박광온 물러나라” 비명 “왜 박광온만 책임지나”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아 가결된 데 대해 책임을 지라는 취지다. 일부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 앞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을 받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장에서 의원들에게 “노력했지만 모자랐다”고 사과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한 의원이 나서서 “사퇴 의사를 밝혀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을 하자 다른 의원들이 “사퇴하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또 한차례 소란이 일었다.
한 의원은 “이학영 의원이 박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말씀하신 게 맞느냐’라고 물었는데 박 원내대표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며 “그러니까 초선의원들이 미리 준비해 온 사퇴 연판장을 꺼내들면서 ‘사퇴를 하지 않으면 의원들의 서명을 받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을 분위기로 몰아갔다”며 “면전에서 연판장까지 꺼내 드니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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