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진행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방한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9년 동안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 제도화에 맞서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한 가운데 한중 최고위급 소통이 삐걱거리던 양국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2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총리와 시 주석의 회담은 23일 오후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인 시 주석이 한 총리와도 개막식 전후로 양자 회담을 갖는 것.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아시안게임 개최를 축하하는 자리지만 실제 회담에선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시 주석 방한 등 양국의 주요 현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한 초청이 회담 의제에 있다”고 말했다.
한중관계 개선 의지… 韓총리, 시진핑에 전할듯
한덕수 총리 방중
윤석열 대통령이 4월 정재호 주중 대사를 통해 “연내 방한을 기대한다”는 뜻을 전달한 데 이어 한 총리도 거듭 시 주석의 방한을 촉구하는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올 12월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에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아니라 시 주석의 방한을 제안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와 시 주석의 회담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 발언 등 현 정부 출범 후 경색 일로를 걸은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계기라는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이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 총리와 회담을 가진 지 16일 만에 이뤄지는 최고위급 회담이기도 하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제도화한 이후 한중 고위급 회동이 이어지며 또렷한 관계 복원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총리가 직접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한중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라며 “윤 대통령이 리 총리에게 한중 관계 활성화 의지를 밝혔고, 뒤이어 항저우 회담을 통해 정상의 이런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담에서 한 총리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지만 올 12월 서울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적극적인 협조를 중국에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총리는 한중 정부 간 고위급 협력체를 복원하는 등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어나가자는 메시지도 시 주석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회담 직후인 이달 25, 26일에는 한중일 정상회의 시기와 예상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한중일 3국 간의 외교당국 부국장급 회의와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SOM)가 연달아 열린다. 3국 외교장관 회의도 이르면 다음 달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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