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원내대표 선거 불참…체포안 가결 후 ‘비명 축출’ 여파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4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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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선거 '친명 4파전' 구도 확정
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 후보 등록 마쳐
구심점 잃은 비명계…"의미 없는 선거" 불만도

오는 26일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는 비명(비이재명)계 후보자가 없다. 범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만 4명이 나왔고, 이 가운데 출마의 변을 낸 후보들은 ‘이재명 체제’ 수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을 끌어내며 반란에 성공했지만, 당 주도권은 여전히 친명계가 쥐고 있는 모습이다. 지도부 내 비명계 구심점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은 친명계의 책임론 압박에 못 이겨 이미 자진해서 물러났다. 적어도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비명계는 배제됐고, 분열된 당을 봉합하려는 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친명계의 비명계 축출 속에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 굳이 나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게 비명계의 판단이다.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 본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대표 선거 후보로 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 의원이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모두 3선 이상 중진 의원이자 범친명계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번 선거의 성격을 초장에 파악할 수 있는 구도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 체제를 이어가려는 친명계가 발 빠르게 당 장악에 나선 것이다.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26일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날이기도 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명계와의 내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친명계의 의중이 읽힌다. 당 봉합보다는 ‘비명계 찍어내기’에 무게를 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후보들은 출마의 변을 통해 민주당과 이재명을 같은 선상에 두고 ‘지키기’를 공언했다.

김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강하고 선명하게 이재명 대표와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당 분열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는 “자세한 것은 내일 친전을 통해 정리하겠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당 봉합이 필요하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주로 위기에 처한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검찰을 앞세운 부당한 야당 탄압에 맞서 이 대표와 당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고자 결단했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후보 등록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명계를 대표하는 후보로 분류된 바 있다. 가장 늦게 선거 후보에 합류한 우 의원 역시 친명계 대표 의원 가운데 한 명이다.

비명계가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당초 이원욱 의원이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 의원도 다른 후보와 마찬가지로 3선 중진 의원이고, 앞선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후보군에 포함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지도부 내 비명계의 구심점으로 평가받았던 박 전 원내대표와 송 전 최고위원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부터 계획이 꼬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탈표’ 사태 책임을 이들이 지게 되면서 비명계의 당내 입지가 이전보다 더욱 줄었다는 거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한발 물러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다. 알아서 하면 될 것”이라며 “의미 없는 선거다. 이재명 대표가 다음 원내대표가 누구인지 알지 않겠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통상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전 양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친명계 일색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따라서 아직 유력 후보조차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선거운동 기간이 하루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표심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당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원내대표를 지냈던 우 의원이 다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원내대표 재선에 도전하는 사례는 처음인데 바꿔 말하면 그만큼 당이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당 일각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후보 등록 막판까지 우 의원 추대를 밀어붙였다는 말도 돈다. 비슷한 맥락에서 처음부터 경선을 치를 것이 아니라 한 명의 후보를 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미 3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친 상황이었던 탓에 추대는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립 성향이 짙은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설상가상으로 원내대표 경선에서 감정이 상할 수 있고, 비명계에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출마하면 당이 온전히 돌아가겠나”라며 “이 분위기에서 추대 형식이라면 모를까 경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 선거에서 박 전 원내대표에게 밀려 아쉽게 탈락한 홍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일 수도 있다. 홍 의원과 남 의원, 우 의원이 모두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인 점도 변수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더미래 표가 한쪽으로 몰릴 수 있다”며 “단일화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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