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먼저 밝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한 총리와의 양자 면담에서 이같이 밝힌 것.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이 직접 (방한) 얘기를 꺼낸 만큼 양국 간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긴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외교의 제1 원칙은 ‘상호 존중’”이라며 “우리가 중국에 조르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현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먼저 방한 문제를 말한 것과 관련해 “본인이 먼저 방한할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차례 방중했지만 시 주석은 방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마지막 방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이다. 시 주석은 한국이 연내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해선 “적절한 시기에 개최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통상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총리를 참석시켜 왔다. 시 주석이 3국 정상회의 개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3국 정상회의 이후 시 주석의 방한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시진핑, 방한 先언급 의미있는 신호… 中과 협의 추진”
韓총리-시진핑 회담 시, 한중일 정상회의도 긍정 반응 3국 회의 성사땐 본격 방한 논의
정부는 시 주석이 23일 한 총리와의 면담에서 방한 문제를 먼저 언급한 만큼 향후 외교채널 등을 통해 중국 당국과 관련 협의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에선 윤 대통령에게 방중을 역제안했던 시 주석이 이번엔 방한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언급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그널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면담은) 한중 관계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면 3자 회담뿐만 아니라 양자 회담도 따로 한다”면서 “그 이후 시 주석의 방한으로 이어져 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연내 개최를 목표로 협의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 방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일 결속 강화를 막기 위해 중국이 오히려 한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현 상황도 우리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의 방한 역시 우리가 재촉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시 주석 방한에 목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상호 존중이라는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 원칙과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앞서 7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리창(李强) 총리 간 회담도 중국 측 요청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각국 지도자급 인사들과 환영 오찬을 가진 가운데 오찬장에 입장하면서 한 총리에게 항저우까지 걸린 시간을 물었다. 이에 한 총리가 “1시간 30분 정도”라고 답하자 “양국이 가까운 나라구나”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번 한중 양자 면담에선 북-러 정상회담이나 군사협력 등에 대한 중국의 입장 설명 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 총리에게 “한국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동조하지 말고 밀접하게 연계된 한중 경제 상황을 고려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여 달라는 압박성 의미가 담긴 메시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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