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측 “청부·별건수사 안 돼”… 군검찰 수사팀 교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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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5일 11시 47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 2023.9.25/뉴스1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 2023.9.25/뉴스1
고(故) 채모 상병 사건 사망사고 처리와 관련해 항명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2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이 사건 수사에서 김동혁 검찰단장 등을 배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소재 국방부 종합민원실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지휘요청서를 제출했다.

박 대령은 지난 7월19일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중 발생한 채 상병 사망사고 때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초동조사를 진행했다. 박 대령은 이후 같은 달 30일 이 장관에게 그 결과를 대면 보고한 뒤 8월2일 관련 서류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돼 현재 항명 등 혐의로 군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이 장관이 박 대령 보고 다음날인 7월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입장인 반면, 박 대령은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고 오히려 채 상병 사고 보고서 처리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 측은 특히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넘겼던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것 역시 위법행위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박 대령 측은 이날 국방부에 제출한 수사지휘요청서에서도 같은 이유로 “수사 공정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대령 측은 “최근 해군 검찰단 등 복수의 군 수사기관이 ‘피의자(박 대령)가 처리한 사건’들 기록을 불법적으로 열람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에 대해서도 강력 항의하니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이 장관에게 요구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25일 국방부에 제출한 수사지휘요청서. 2023.9.25/뉴스1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25일 국방부에 제출한 수사지휘요청서. 2023.9.25/뉴스1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담당 군검사가 박 대령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과거 다뤘던 사건들과 달리 채 상병 사건은 조사기록을 전부 경찰에 넘겼다’는 취지로 질문해 “황당했다”며 “이는 (과거 사건 기록도) 전부 다 보고 있단 것”이라고 말했다. 군검찰이 박 대령에 대한 “별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단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채 상병 사고 처리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에 문제가 있었다면 해병대 검찰단에서 다루는 게 맞다”며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건 “윗선” 개입에 따른 “청부 수사”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수사팀을 교체해 (박 대령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검찰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이라며 “(박 대령 측) 변호인이 주장하는 별건 수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박 대령 측) 변호인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별건 수사를 주장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 대변인은 박 대령 측의 수사지휘요청서 제출에 관한 질문엔 “요청서가 접수되면 그 내용을 검토하는 등 필요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진 지금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최용선 해병대사령부 공보과장은 박 대령의 수사단장 보직 해임 뒤 김 사령관이 수사단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우린 진실되게 (처리)했다. 잘못된 게 없다”는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한 질문에 “사령관이 통화한 건 전 수사단장(박 대령)이 보직 해임되자 동요하던 수사단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전 수사단장이 (채 상병 사고 관련) 이첩 보류 지시를 위반한 데 한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박 대령 측이 전날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개한 통화 녹취를 보면 김 사령관은 박 대령 보직 해임 당일 수사단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우린 진실되게 (처리)했다. 잘못된 게 없다”며 “원칙대로 다 했으니까 기다려보자. 우린 지금까지 거짓 없이 했으니까 됐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 측 김 변호사는 “김 사령관이 박 대령의 이첩 행위가 본인 동의 하에 된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앞서 군 당국이 이 장관 지시로 채 상병 사건 조사를 해병대 수사단에 대서 국방부조사본부로 이관한 데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거의 없다”며 “원래 관할인 해병대 수사단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계획이란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조사본부는 검찰단에서 회수한 조사 기록을 재검토한 뒤 해병대 수사단에서 특정했던 혐의자 8명 가운데 “임 사단장 등 4명은 현재의 기록만으론 범죄 혐의를 특정하는 게 제한된다”며 혐의 내용을 적시하지 않은 채 지난달 24일 관련 기록을 경찰에 송부했다. 조사본부에선 다른 하급 간부 2명은 혐의자에서 아예 제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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