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연루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59)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를 구속수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2시 23분경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심사는 26일 오전 10시 7분경부터 오후 7시 23분경까지 9시간 16분 동안 진행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10시간 5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영장심사였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고 강조했고, 쌍방울 대북 송금에 대해선 이 대표가 대북 사업을 직접 보고받은 정황들을 공개했다. 이 대표 변호인단은 이에 “검찰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한 만큼 더 이상 인멸할 증거도 없고, 법리상 죄가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증거 인멸 우려까지 갈 필요도 없다”고 맞섰다. 이 대표도 여러 차례 발언권을 얻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고 한다.
이 대표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마무리 수사를 진행한 뒤 추석 연휴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위기를 넘긴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친정 체제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가결 투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한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색출 및 징계를 두고 당 내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이재명 증거인멸 우려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검찰은 2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회유에 개입한 정황 등을 새로 공개하며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 그러나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2시23분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서도 “피의자(이 대표)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의 영장심사가 진행됐지만 이 대표가 구속을 면하면서 검찰은 ‘정치검찰의 과잉 수사’라는 야권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의 남은 수사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추석 연휴 이후 불구속 기소를 끝으로 이 대표 관련 수사가 일단락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증거인멸 정황 추가 공개” vs “검찰이 이화영 압박”
검찰과 이 대표 측은 26일 영장 심사에서 9시간 16분가량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의혹으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시간 5분가량 영장 심사를 받은 것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검찰은 이날 현직 검사 10명을 투입해 약 500쪽의 프레젠테이션(PPT)으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박균택 전 고검장과 김종근 이승엽 전 부장판사 등 6명의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약 150쪽 분량의 PPT로 맞섰다.
특히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대표가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수감 중)을 통해 대북 송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전 평화부지사를 회유한 정황을 새로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대북 사업 실무를 맡았던 신 전 국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지난해 11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수감 중)이 체포된 다음 날 이 대표가 신 전 국장으로부터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모 씨 등의 연락처를 건네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 전 부지사를 면회하면서 이 대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이른바 ‘옥중 서신’을 요청하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북 송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대표의 지시로 윤모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이 경기도 공문을 불법 유출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이런 내용들을 공개하며 “지금도 진행 중인 노골적인 사법 방해 시도 등을 고려하면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집중적으로 회유와 압박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이미 진행 중인 관련 재판을 통해 관련자들 다수의 법적 증언이 확보됐고, 문건이 유출됐다고 해서 증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북 사업은 이 전 부지사의 전결”이라며 검찰이 회유와 압박을 통해 이 전 부지사의 허위 진술을 얻어냈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 이재명 “세상의 공적 된 것 같다”
이 대표가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에서 위증교사한 혐의와 증거인멸 등 구속의 필요성을 두고 다투는 단계에선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장판사는 “대북 사업이면 굉장히 중요한 건데 그래도 보고를 받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냐” 등의 질문을 이 대표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중요한 사안이면 기억하고 챙겼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중간중간 발언권을 얻어 혐의를 직접 부인한 이 대표는 15분가량 진행된 최후 진술에선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는데 대장동 개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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