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추석 당일 쏘아 올린 ‘민생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 여야는 연휴 내내 날 선 설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또 다른 방탄 전략” “위기 모면용”이라고 비판하며 여야 대표 회담이 우선이라고 일축한 반면, 민주당은 “민생을 챙기자는데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방탄 타령만 되풀이한다”며 대통령실에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 “이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 이후 당무 복귀를 앞두고 ‘민생’을 앞세워 정부·여당을 압박하며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이어진 가운데 대통령실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 李, 8번째 회담 제안에 대통령실 “입장 없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는 글에서 6차례 ‘민생’을 언급하며 “민생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들께서는 누가 더 잘하냐는 선의의 경쟁보다, 민생을 외면한 채 상대를 부정하는 전쟁 같은 정치가 불안하고 불편하다”며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은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이번이 8번째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던 당일 밤부터 3일 연속 회동을 요구했고,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페이스북에 “추석 직후에라도 바로 만나자”고 했다.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했다.
거듭된 이 대표의 요구에도 대통령실은 무응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겠다”며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수회담에 대해선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있었을 것”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가 마주해야 할 상대방은 여당 대표일뿐더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마주 앉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 與 “또 방탄 전략” 野 “정쟁으로 답하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회동 제안을 ‘위기 모면용 방탄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된 여론을 희석하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며 “또 다른 방탄 전략”이라고 했다.
여야 대표 회담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기현 대표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엉뚱한 데 가서 엉뚱한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니다”라며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서 여야 대표 회담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정상적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가 과거 여당 대변인 시절 “일대일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제왕적 총재가 있었을 때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던 점을 들며 “여당 때는 영수회담을 구시대 유물이라고 거부하더니, 야당 때는 외상값 맡겨놓은 것처럼 재촉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민생을 물었는데 정쟁으로 답한다”고 발끈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에서 “‘민생회담’ 제안이 이렇게까지 벌떼처럼 달려들어 거부할 일인지 의아스럽다”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남북 정상회담이라도 되느냐”고 반발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국민의힘의 영수회담 거부는 결국 불통의 폭주를 계속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김 대표를 향해 “그렇게 만나자고 할 때는 무서운지 피하기에 급급하다, 이제 와서 무슨 ‘딴청 피우기’라 하며 본인과 만나자고 하느냐”고 따졌다.
다만 당내에서도 부적절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2일 KBS 라디오에서 “지금은(영수회담) 간 볼 때가 아니라 안으로는 대통합, 대탕평을, 그다음에 민생을 구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정책 행보를 해야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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