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 시절 농해수위 소관 기관, 대북지원 1500억 예산 편성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8일 19시 23분


“대북제재 중 실현하기 어려운 계획 추진”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 의원실 제공

문재인 정부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 기관 10곳이 대북 지원을 명목으로 15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몇몇 기관은 대북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TF)도 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국회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농림부, 해수부, 산림청, 농촌진흥청, 농어촌공사, 부산항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농협, 수협 10개 기관에서 5년간 총 1501억 1156만 원 규모의 대북지원 및 협력 목적 예산을 편성하고 이 중 479억 원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보내기 위한 양곡관리특별회계 부담액 992억 원과 북한 관련 연구사업을 위한 예산 3억 3000만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북한이 2019년 7월 한미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쌀 수령을 거부하면서 992억 원은 불용 처리됐다.

산림청은 같은 기간 대북지원용 종자채취, 묘목 생산, 북한 적합수종 양묘, 남북산림기술교육 및 민간협력을 위해 예산 274억 원을 편성·집행했고 농촌진흥청의 경우 북한농업 관련 기술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18개 사업에 대해 146억 원을 편성·집행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실 관계자는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금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2375호에 따라 대북지원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효성이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 중 일부는 남북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농어촌공사는 2017년 ‘남북농업개발사업단 TF’를 구성해 개성공업지구 배후지역에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사업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의원실이 입수한 계획안에는 북한 지역 농업생산기반을 현대화시키는 10개 사업과 에너지 자립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 주민 거주 지역 생활환경 개선 사업 5개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해양수산부도 2017년 기획조정실 산하에 ‘남북팀’을 신설하고 20명 규모의 남북협력사업추진 TF를 출범해 북한 내 항만시설 개발 지원 방안을 연구하는 등 17억 2990만 원을 편성·집행했다. 하지만 2017년 북한이 9월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번째 핵실험을 단행하고 11월에는 화성 15호를 발사하며 국제 사회로부터 제재가 심화하며 이들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2019년 남북 농업교류협력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내에 6000평 규모 부지에 남북농업협력사무소, 농업지원센터와 창고시설 등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 속에서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로 인해 실행 불가능한 계획을 추진하고 허공에 예산을 날려 보내고 있었던 것에 대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 편성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밝혀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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