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의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대법원장 공백 책임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 길들이기’ 목적으로 “제2, 제3의 대법원장 후보자도 부결시키겠다고 겁박하고 있다”며 사법부 근간마저 무너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장 부재 사태의 원천적인 책임은 명백하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며 이번 사태를 ‘대통령 인사 참사’로 규정해 맞받았다.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책임 공방을 이어간 것.
이날 국감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을 두고도 아전인수식 공방이 이어졌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서 민생 국감을 하겠다던 여야가 첫날부터 “네 탓” 공방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야, 대법원장 공백 “네 탓”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공방을 벌였다.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국회는 사법부의 장기 부실을 초래할지 모르는 후보자를 지명해 사법부 신뢰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낙마 책임은 국회가 아니라 법무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도 전선을 확대한 것.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부적격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일단 원인이 있다”고 했다.
여당은 임명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한 민주당의 책임을 탓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앞으로 우리(민주당) 입맛에 맞는 대법원장을 임명해라, 그러지 않으면 또 부결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법무부 책임, 지명권자 책임으로 돌리는 건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유상범 의원도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올인하면서 대법원장을 정치적 정쟁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책임 공방을 지켜보는 대법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임명 제청도 차질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대법관 두 명의 후임자 제청 절차가 문제”라며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두 명의 대법관을 제청 가능한지 등 의문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법원은 이르면 11일 대법관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열린 대법관회의에선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임명제청권은 헌법이 규정한 대법원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후임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 李 영장 기각에 與 “방탄 기각” 野 “구속 작전 실패”
이날 국감에선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도 충돌했다. 여당은 “방탄 기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야당은 “구속 작전 실패”라며 대치한 것.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정당 현직 대표라고 해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며 “이 대표 방탄에 손을 들어준 영장 기각”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도 “영장이 기각됐다고 무죄가 확정된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건 옳지 않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두 영장이 기각됐지만 실형을 선고받거나 확정됐다”고 가세했다.
반면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의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작전 실패가 팩트”라며 “검찰은 막상 영장이 기각되니 ‘기각이 무죄는 아니다’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영장 발부를 자신하던 한 장관이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가소롭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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