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의 내년 총선 서울 출마 선언 뒤 여야에서 중진 쇄신론이 분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중진들로부터 ‘당 지도부에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취지의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주류인 비명(비이재명)계가 공천권을 쥔 친명(친이재명)계를 향해 “친명계 다선 의원들이 먼저 과감한 선택을 해주는 것이 일차적인 수순”이라며 압박에 나섰다.
● 與 지도부 “4선 이상 중진, 거취 문제 지도부 일임해야”
11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4선 이상 의원들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겠다는 발표를 연달아 할 것”이라며 “영남권 중진들에게서 꽤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당 지도부의 전략에 맡기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는 당 지도부가 중진들을 접촉해 자발적으로 당 쇄신에 동참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 의원의 경우도 당 지도부가 한 달 전쯤 접촉해 서울 출마 의사를 타진해 결단이 이뤄졌다. 이미 당 내에서는 현 지역구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중진들로 영남권뿐 아니라 강원, 충남 등지의 6명 이름도 거론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차출 중진들을 수도권 지역 등에 재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의 경우 121석 중 국민의힘 지역구는 17곳에 불과해 영입 인사뿐 아니라 중진 차출도 필요한 상황이다. 당 내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수도권에 신인이 기대만큼 안 들어오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적어도 원내대표를 했던 의원들은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기 때문에 서울 수도권에 출마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영남권 중진들의 경우 부산·경남(PK) 내 험지로 분류되는 민주당 현역 지역구에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부산 남을 북강서갑 사하갑, 울산 북, 경남 김해갑·을 양산을 등 7석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당 내에서는 “이미 지역에서 인기가 떨어진 중진보다 새 사람을 내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 野 비명계 “친명계 다선부터 험지로”
민주당에서는 중진 험지 출마를 중심으로 한 쇄신론을 두고 비명계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비명계 3선 이원욱 의원은 11일 BBS 라디오에서 험지 출마를 당에서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분들(친명계)이 먼저 험지로 간다고 선언을 해주셔야 ‘우리도 하자’고 기꺼운 마음이 생길 텐데 ‘너희들이 해. 우리는 자리 지킬 거야’라고 하면 비명계 몰아내기로 밖에 느끼지 않을 것”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불출마나 타 지역으로 가는 선택을 한다면 1순위”라며 직격했다. 그는 “이 대표는 성남에서 두 번 시장을 하고, 경기도지사를 했도, 국회의원을 했다. 지금은 당대표도 하고 있다”며 “당 내에 이 정도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여파로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비명계 송갑석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비명, 친명 갈라서 (험지 출마를) 이용할 만큼 당 상황이 넉넉하지 않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그는 “당 대표도 당 승리에 복무해야 하는 존재”라며 “거기에 따라 대표의 거취 등이 함께 이야기돼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 및 백의종군 필요성을 사실상 언급한 것. ‘수도권 승리가 중요하니 이 대표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맞붙기 위해 분당이라도 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송 의원은 “그게 맞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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