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일 긴급 의총… 대통령실 “비대위는 답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4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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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지도부와 긴급 개별 면담
“수도권 중심 쇄신” 주문 잇따라
尹 “교훈 찾아 차분하게 변화해야”

여권 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혁신안 발표를 미루고 최고위원들과 긴급 일대일 면담에 나섰다. “혁신위원회 같은 기구 출범만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상황 타개가) 불가능하다”, “당이 수도권 중심으로 변화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일부 지도부 인사들의 건의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당초 예정됐던 긴급 최고위원회를 취소하고 윤재옥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 등과 연쇄 개별 면담을 했다. ‘지도부 퇴진’보다는 ‘쇄신’으로 보선 참패 국면을 전환하려 했는데 지도부 내 의견 충돌이 심상치 않자 일단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앞두고 다시 의견 수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쇄신안 발표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출신 및 일부 지도부 인사들은 면담에서 고강도 쇄신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면담 후 “이런 준엄한 선거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를 위기로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는데 제가 사실 좀 충격받았다”며 “적당히 넘어가려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정말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함께 책임지려 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고강도 쇄신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수도권 민심과 정서,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현 상황에 대해 그대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만나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선 이틀 만에 나온 윤 대통령의 첫 메시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중심을 잡고 해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답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與 “곪은 상처 놔두면 터져” 인적쇄신론… 지도부 일부, 책임론 반발


김기현, 인재영입위 등 일정 취소
수도권 중심 “혁신 않겠다는것” 반발
홍준표 등 원외도 “누군가 책임져야”
金, 주말 당 쇄신안 놓고 장고 예상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최고위원 등과의 비공개 일대일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쇄신안 발표에 대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최고위원 등과의 비공개 일대일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쇄신안 발표에 대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혁신위원회 같은 기구 출범만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이 수도권 중심으로 변화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3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당 쇄신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일대일 면담 자리에선 수도권 출신 일부 최고위원들로부터 이 같은 취지로 강력한 인적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보다 강경한 당내 반발에 김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혁신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발족 등까지 일괄 취소했다. 다만 지도부 안에서도 ‘영남권 중심의 지도부 선거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본격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내 내홍이 심화되고 있어 김 대표가 어떤 수준의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주말 동안 당 쇄신안을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일대일 면담 겨냥 “혁신 안 하겠단 의도 아니냐” 회의론도

국민의힘 장예찬 김병민 최고위원 등 3040세대 지도부 인사들은 전날 ‘임명직 지도부 전원 사의’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도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쇄신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요구에 김 대표도 전날보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내비치며 쇄신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대표가 일대일 면담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한 데 대해 “당내 강경론을 줄이고 개별적으로 설득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일대일 면담은 전날 백가쟁명식 토론으로 인한 후폭풍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선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를 사퇴시키자고 제안하는 등 난상토론이 벌어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도부 내에서 지도부를 겨냥한 책임론에 반발하는 모습도 나왔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강대식 의원은 면담 후 ‘영남권 중심의 선거 전략 문제’가 패배 탓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그 전에는 그런 말을 안 하다가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 그런 이야기가 불거진 것은 좀 그렇지 않으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지도부 내부 토의만으론 뼈를 깎아내는 수준의 전면적인 쇄신안을 마련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도 당내에서 감지되고 있다.

● 원내외에서 “책임지는 사람 나와야” 지적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원내외에서 이날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당력을 총동원한 총선 바로미터 선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고 했다. 친이준석계 원외 인사인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2선으로 물러나는 것만큼 직관적으로 책임과 쇄신을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초선 의원도 동아일보 통화에서 “구청장 선거에 당을 총출동시킨 결정을 한 데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곪은 상처를 놔두고 그냥 가면 더 크게 곪아 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가 아예 당 쇄신부터 총선 관리까지 손을 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당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메신저로서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며 “앞으로의 쇄신책, 총선 기획 이런 것들은 기존 지도부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분리, 배제하고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어제 속전속결로 임명직 당직자들이 사퇴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받았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며 “이제 웬만한 쇄신책으로는 만족을 못 할 것”이라고 했다.

#인적쇄신론#지도부#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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