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에 이만희 의원(재선·경북 영천-청도)을 임명하자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책으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로 인적 쇄신에 나섰지만 당 핵심인 사무총장직에 영남 인사가 배치되자 “쇄신 의지가 퇴색됐다”는 것.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은 데 대해 “결국 내년 공천 키도 친윤 지도부가 그대로 챙기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당 지도부는 “당내 영남권 의원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비영남권 인사를 선임하기 어려웠고, 이 의원은 친윤 색채가 옅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TK 사무총장 인선에 “수도권 선거 우려”
국민의힘은 이날 이 의원 등 7명에 대한 인선안을 단행했다. 이번 인선은 수도권 참패 수습 책으로 이철규 전 사무총장과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 등이 일괄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뒤 발표된 새 임명직 당직자 명단 중에 의원들이 단연 주목한 것은 새 사무총장이었다. 당 사무총장은 당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면서 총선 공천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직인 데다 친윤 핵심 이철규 전 사무총장의 후임이 누구일지에 따라 당 쇄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
하지만 TK가 지역구인 의원이 사무총장에 인선되자 “인적 쇄신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당 핵심인 김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가 이미 영남권인 상황에서 당 4역(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중 3역을 영남이 모두 섭렵한 그림이 됐다는 것. 또 이 의원이 친윤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 같은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이 합리적이고 꼼꼼한 인사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건 우리끼리 평판이고, 인사는 메시지인데 국민들이 친윤 TK 의원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경찰 출신의 이 의원은 올해 3·8전당대회 당시 친윤 후보 중 한 명으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수행단장으로 전국 곳곳을 누비며 윤석열 정부 탄생의 영광을 함께했다”며 친윤 후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김 대표의 시선이 결국 친윤 영남에 머무르자 당내에선 수도권 선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의원은 “강원 영남 의원들로 보궐선거를 했다가 크게 진 것 아니었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수도권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변화의 상징성을 보여 달라는 요구인건데 그 상징성에 걸맞은 내용을 못 채우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선 이 인사가 최선이라는 토로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윤 핵심을 주면 다시 거센 비판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예 비주류를 주면 참패로 끝난 2020년 총선에서처럼 공천 잡음이 있을 텐데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초 김 대표는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3선·경남 진주갑)을 사무총장에 앉힐 것도 고려했지만 박 전 의장도 자신과 같은 PK인 점을 고려해 TK 의원을 낙점했다고 한다.
● 다른 당직엔 수도권 전진배치
김 대표는 사무총장은 친윤 영남 의원을 내세우면서도 다른 임명직 당직 자리에는 수도권 인사를 전진배치하며 투트랙 인선을 단행했다. 전날 김 대표가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인선은 통합형,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배치된 형태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비윤계 수도권 중진 소장파인 유의동 의원(3선·경기 평택을)을 정책위의장에, 친윤계 수도권 재선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인선했다. 계파색이 옅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의원(초선·비례)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당직자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무보좌역을 했던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 운영위원장을 조직부총장에 임명했다. 박정하 의원(초선·강원 원주갑)은 21대 국회에서만 다시 수석대변인을 하게 됐고, 친윤 윤희석 대변인은 선임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친윤계도 포함됐지만 이전 임명직 인사들보다는 계파색이 크게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전략기획부총장에 충청권 의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내 상황 때문에 아직 공식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인사를 두고 “지난번 임명직들과 비교해 김 대표의 공간이 더욱 커진 것 같다”며 “이젠 전적으로 김 대표가 쇄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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