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한국방송공사(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민 KBS 신임 사장 후보자와,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KBS의 편파보도를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박민 후보자 선정을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국민의힘은 KBS가 대선 당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것을 거론하며 편파성을 주장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사장 직무대행인 김덕재 KBS 부사장에게 “뉴스타파가 3월 6일 허위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KBS라디오에서 다음날 라디오 진행자 주진우씨가 ‘김만배씨 목소리가 나와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며 “마치 뉴스타파 가짜 인터뷰가 진짜인 양 온 국민에게 라디오 전파로 전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씨는 ‘윤석열 후보가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 이후 유세를 하며 언론인들의 노동조합을 못된 짓 하는 곳으로 말한 건 속 보이는 언행’이라고 말했다”며 “K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대선 공작 청부업자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KBS가 무슨 유튜브 가짜뉴스의 자회사냐”며 “KBS가 사이비 유튜브 방송 치어리더냐”고 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KBS는 대통령 방미 기간 동안 패널의 80% 이상을 민주당 좌파천하적 인물로 구성을 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과학적으로 선동하는 편파방송을 진행했다”며 “공영방송임에도 이러한 편향성 때문에 국민의 80%가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고 57%가 수신료 폐지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안을 재가한 박민 KBS 사장 후보자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허숙정 민주당 의원은 “KBS 이사회의 박민 사장 임명 제청 의결은 위법 절차에 의한 명백하고 분명한 무효”라며 “임명 절차도 비상식적이고 졸속이고 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후임자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이 정부는 KBS 사장뿐만 아니라 코드인사, 검찰인사를 해서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KBS 사장 심사 과정에서 박 후보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들어갔다”며 “KBS 이사회가 불법행위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건데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여야는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수신료 분리 징수는 KBS가 자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출신 하영제 무소속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잘하지 못해서 심판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국민들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저희가 그렇게 응징을 받아야 할 정도로 경영이 부실하거나 편파 방송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수신료 분리 징수가 KBS에 대한 탄압이라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의 수신료 분리 징수 제도의 도입 과정들이 사회적 합의, 시간의 유예, 재정과 예산에 대한 대책, 수리 과정들도 배제했다”며 “이 모든 과정과 절차가 나타나는 현상들이 일방성에 기초한 폭력성들이 보이고 있고, 이것은 언론 탄압에 굉장히 중요한 증표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나무 꼭대기에 KBS2TV를 올려놓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부가 밑에서 마구 흔들어 대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말씀대로 길어야 5년짜리 정권인데 공영방송을 이렇게 난도질하고 난 다음에 모두 떠나면 그 후를 누가 감당을 하나”고 했다.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이날 발언 시간을 얻어 공영방송 내부 권력 다툼을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방송을 장악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매번 이사장과 사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사장을 앉히는 정치권력이 잘못했다”며 “하지만 더 잘못된 부분은 방송사 내부 정치”라고 했다.
그는 “KBS·MBC는 새 사장이 오면 반대파를 전부 숙청해서 아이스링크, 조명실로 보내는 등 내부 권력 다툼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사의 반복은 정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 섬네일(미리보기)을 보면 ‘윤 대통령은 국방부를 잘 모르니 옆에서 잘 써야한다’는 조롱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사회자와 패널 두 사람이 한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재 KBS 부사장은 “KBS 구성원들이 완전하지 않은 점은 양지해주시기 바란다”며 “저희도 사실은 원래부터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있어온 역사고 2008년에 만들어진 역사라고 생각한다”며 “매우 극단적인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내부 알력도 점점 더 극단화된 것이 사실이다. 말씀하신대로 정치권 공방이 내부에서 재현되는 모습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제일 잘못은 정치권이고 그 다음은 방송사”라며 “방송사 구성원들도 서로 반대편을 저주하고 죽이지 말고 각성해서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이 바라는 공영방송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국감 초반 여야가 손팻말을 두고 충돌하면서 잠시 파행을 빚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규탄’, ‘낙하산 사장 결사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책상에 내걸자, 장 위원장이 이를 떼 줄 것으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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