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건설과 유지 보수에 인근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비정부기구(NGO)가 밝혔다.
미국 NGO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1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화성 정치범 수용소(16호 관리소)를 잇는 5.2㎞의 비포장도로가 작년 10월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면서 이를 통해 관리소 수감자들이 핵실험장 건설과 유지 보수에 강제로 동원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보고서 공동 작성자인 민간위성 분석가 제이콥 보글씨는 발표 행사에서 “이 도로는 의도적으로 산을 깎아 만든 도로로,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종종 사람들을 수송하는데 사용되는 화물 트럭과 같은 차량이 다닐 수 있다”면서 “현대적인 채굴 장비가 부족해 수작업과 구식장비에 의존하는 북한은 중장비 외에 막대한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2만명 이상으로 추산된 16호 수용소 수감자 규모, 핵실험장 건설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북한 정권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정치범들을 갱도 건설에 배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치범을 핵실험장 건설과 유지를 위해 투입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방사능 오염 등 위험 노출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HRNK는 두 시설 간 연관성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언은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해당 도로가 실험장에 관측 기구 등을 옮기거나 정찰을 위해 쓰였을 수도 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렉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도로는 수감자들의 강제 노동 동원뿐만 아니라 핵실험에 쓰이는 관련 장비들 역시 은닉하는 장소로 쓰일 수 있다”면서 “화성 수용소에 대한 검증 없이는 사실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라고 짚었다.
HRNK와 국제앰네스티 등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6호 관리소의 면적은 560㎢로,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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