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7월 이후 전체 회의 ‘0’
지난주 선거구 획정 2차 기한 넘겨
비례대표제 개편-의석 수 놓고 팽팽
“내년 총선 표 계산에 서로 네 탓만”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끝까지 고집한다면 우리는 위성정당을 낼 것이다.”(국민의힘 지도부 의원)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내면 우리도 결국 만들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질 순 없지 않으냐.”(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여야가 선거제 개편을 두고 평행선을 이어가는 가운데 “거대 양당이 선거제 개편을 질질 끌다 결국 개편에 합의하지 못한 채 내년 총선에서도 ‘꼼수 위성정당’을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자의 선거 유불리만 계산하는 탓에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양당제를 타파하고 소수 정당을 육성하겠다며 정의당과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해진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다. 이 선거제가 국회를 통과한 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총선 전인 2020년 2월 더 많은 비례대표를 확보하기 위해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내놓았고, 이를 비판하던 민주당도 한 달 뒤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내세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
● 정개특위, 7월 이후 전체회의 횟수 ‘0’
18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선거제 개편을 다루는 정개특위는 7월 13일을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한 번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았다. 올해 3월 법정 선거구 획정 기한을 넘긴 데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요구한 선거구 2차 획정 기한(10월 12일)까지 지나친 것. 민주당 정개특위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7월 회의마저도 현수막 관련이 주제였지, 선거제 개편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여파로 원내지도부가 교체됐고, 곧장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치르느라 여야 원내지도부 간 사전 협상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선거일 39일 전 선거구가 획정됐던 지난 총선 때처럼 선거 후보자가 등록을 시작한 후에야 지역구가 정해지는 등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비례대표제 개편과 지역구 의석수 조정 문제를 두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가지는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다시 도입하면 자연스레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에도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 대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법적으로 위성정당을 막을 보완책을 찾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적 보완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여야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서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위성정당 창당을 벼르고 있는데, 우리만 위성정당을 안 만들겠다고 나설 순 없지 않으냐”며 “선거에서 질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또 위성정당 등장하면 여야 모두 후폭풍”
여야가 선거제 개편에 실패한 뒤 내년 총선에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위성정당’ 체제가 재연될 경우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위성정당 방지 등 다당제를 위한 정치 개혁을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위성정당이 되풀이되면 이 대표가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되는 것”이라며 “역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정말로 위성정당을 막을 생각이 있으면 여당이 반대해도 다수의석을 활용해 방지법을 통과시키려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결국 선거에서 지기 싫으니 여당을 탓하며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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