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수도권 위기론에 봉착한 국민의힘이 텃밭인 대구·경북(TK)발(發) 변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TK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달갑지만은 않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수도권 중도층 이탈이라는 적신호가 들어온 가운데 텃밭 표심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경북 경산시 출마를 결정했다.
친박계 좌장격인 최 전 부총리는 지난 17대 국회부터 경북 경산에서만 내리 4선을 지냈다. 최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에서 공천받지 않을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친박으로 분류된 인사들의 총선 행보는 최 전 부총리만이 아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TK 출마설이 꾸준히 나온다.
당내에선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이들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면 자칫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게 해 보수 결집을 와해하고 중도층 표심 이탈을 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당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픈 과거를 떠오르게 할 인물”이라며 “보수 결집에 좋지 않은 신호”라고 했다.
당내에선 내년 총선에서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 당력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에, 과거 친박 인사들의 총선 행보로 텃밭에서조차 부담스러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26%, 민주당이 36%를 기록했다. 인천·경기에서는 양당 지지율이 각 34%로 집계됐다.
결국, 수도권 중도층의 매서운 민심을 확인한 김기현 2기 지도부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뿐 아니라 텃밭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책이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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