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약 156억 달러(한화 21조1000억 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와 계약 51건 체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해 체결한 290억 달러(39조2000억 원) 규모의 MOU·계약과는 별개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사우디 측과 맺은 MOU 규모는 446억 달러(약 60조3000억 원)로 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포스트 오일 시대 한국은 사우디의 최적의 파트너로서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에너지, 건설 등의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도 함께 만드는 첨단산업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관광, 문화교류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국가발전 전략인 ‘비전 2030’ 중점 협력 국가인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윤 대통령과 더욱 자주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체결된 40조 원 규모의 MOU가 구체적인 성과를 맺고 있는 점도 평가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290억 달러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이후 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개최, 벤처 투자를 위한 1억6000만 달러 규모 공동펀드 조성 등이 있었으며, 이번 순방을 계기로 중소기업의 사우디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리야드’가 개소하는 등 실질적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올해 6월 현대건설이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사우디 건설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큰 성과”라면서 네옴, 키디야, 홍해 등 메가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번 양자간 회담에서 MOU 추가 후속 조치들이 구체화됐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네옴의 4개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옥사곤’ 모듈러 시장을 겨냥한 공장 투자 관련 공동사업협약서를, 한국전력은 7억 달러 규모의 사파니야 열병합 사업 입찰 참여를 위한 MOU를 체결한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석유공사는 아람코와 ‘원유공동비축계약’을 체결한다. 2028년까지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울산 비축기지에 저장·판매하고, 국내 석유 수급 비상시에 비축된 아람코 원유를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와 5년간의 임대 대여 수익을 보장받는 내용이 핵심이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스마트팜, 특허, 해운, 사이버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우려되는 만큼 에너지 안보 협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회담을 마친 뒤 국빈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 후에는 양 정상 임석 하에 ▲외교관·관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사증 면제 협정 ▲한-사우디 전략파트너십 위원회 설립에 관한 MOU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 ▲통계분야 협력에 관한 이행 프로그램 ▲식품 및 의료제품 분야 협력에 관한 MOU 등 1건의 협약과 4건의 MOU이 체결됐다.
윤 대통령이 이날 참석하는 한-사우디 투자포럼, 23일 한·사우디 건설 협력 50주년 기념식 등을 계기로 체결되는 것을 합치면 총 51건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와 관련해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와 수소차·연료전지 등 수소 기반 사업에서 최선도국인 대한민국은 수소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양국이 청정수소 생산-유통-활용 등 밸류체인(가치사슬)별로 워킹그룹을 운영해 양국 기업 간 협력 과제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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