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공관 아닌 국회서 고위당정
“김장철 물가안정에 총력대응”
생강-대파 등 납품단가 지원
野, 회담관련 “李대표 복귀뒤 결정”
김장철을 맞아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배추에 대해 정부 물량 2900t이 방출된다. 정부 여당은 김장 부재료인 생강 대파 등 가격 상승폭이 큰 품목은 납품단가 지원으로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출범한 국민의힘 김기현 2기 지도부가 처음 가진 고위당정협의회가 민생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서민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총력에 나섰다.
당정은 야당을 향해 민생 행보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3일 당무에 복귀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이념과 진영을 넘어 상생의 정치를 보여드려야 한다”며 ‘민생협치 회담’을 제안했다.
● 與 “‘포워드 가이던스’ 요청”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2일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국회에서 개최한 13차 고위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서민 장바구니 물가 안정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배추, 사과 등 출하물량을 조절하고 대형마트 할인 지원등을 통해 총력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고위당정은 김기현 2기 지도부 출범 후 당의 요청으로 고위당정을 매주 1회 정례화하기로 결정한 뒤 처음 열린 자리였다.
당정은 이날 가격 불안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일주일 단위로 할인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대형마트 할인쿠폰 지원 등을 통해 가계 농축산물 소비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국내 농축산물 및 식품 원료 공급부족 완화를 위해 다음달 수입 과일 등에 대한 긴급할당관세 도입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당이 정부에 요청해 최근 발생한 소 바이러스성 ‘럼피스킨 병’ 대응 차원으로 관계 지방자치단체에 특별교부금을 즉시 지급하기로 했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로 원유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당초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와 유가연동보조금 지급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여당은 물가, 금리 등 민생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해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지침)’도 정부에 요청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을 향해 “1%대 금리는 기대도 말라”는 취지로 경고한 것처럼 국민들에게 예측되는 미래 피해나 영향을 충실히 알리라는 취지다. 이에 정부도 바로 수용했다.
이날 고위당정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이 아닌 국회 본관에서 개최됐다. 한덕수 총리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국회를 찾았다. 국회에서 열린 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올해 1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당이 민생 정책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다. 그동안의 고위당정이 정부가 가닥을 잡은 정책을 당에 보고하는 식이었다면 이날은 당이 적극 제안하고 정부가 즉시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김장철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이나 가을철 축제 인파 안전 대책 등 국민이 체감하는 의제가 테이블에 대거 올랐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향후 필요하다면 현장에도 가보고, 생동감 있는 회의를 열자’고 했다”며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장소 및 구성을 협의해 유연하게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연내 현장 고위당정회의 개최도 추진하고 매주 열리는 고위당정의 절반 이상을 국회에서 개최하는 방침도 검토하고 있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 김기현 “이재명 대표에 민생협치회담 제안”
이날 고위당정에선 야당을 향한 협치 메시지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민생 국회가 되도록 여야 대표 민생협치회담 개최를 제안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형식,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꼬인 건 풀고 신뢰는 쌓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이 대표를 향해 “번지수를 똑바로 찾으라”며 날을 세웠던 것과 달리 이날은 여야가 함께 보폭을 맞추자고 요청했다. 김 비서실장도 같은 자리에서 “야당도 민생회복에 동참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회담 제안에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뒤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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