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조국 수사 때부터 정치 힘으로 검찰 눌러"
"사법시스템 안에 있었으면 나라 두쪽 나지 않았을 것"
"문 전 대통령도 수사 말릴 수 없다고 밝혀"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13시간 만인 오후 11시경에 종료했다.
대검 국감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이정근 수원지검 2차장검사 비리 의혹과 관련한 집중 질의가 있었다. 특히 이 대표 수사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수사’라는 야당의 공격과 ‘문재인 정권에서부터 시작한 수사’라는 검찰의 입장이 충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국정감사는 오후 11시7분경 종료했다. 위원장을 제외한 17명의 위원들은 주질의와 보충질의, 재보충질의까지 진행하며 검찰 수사 및 운영 전반에 대해 살폈다.
국감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관련 질의가 주를 이뤘다.
국민의힘은 ‘신학림·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에 이 대표가 연루돼 있다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 등을 놓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 대표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사법적 수사에 대해 정치적 힘으로 누르려고 했던 것이 2019년 8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였다. 그때도 가만히 보면서 수사하고 사법시스템 안에서 방어를 하고 수사를 했으면 지금처럼 나라가 이렇게 두쪽이 나서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검사 생활하면서 이렇게 힘든 수사 대상은 처음 만났다”며 “제 솔직한 심정이다. ‘야당 대표가 아니라 저는 제1당, 다수당 대표를 수사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구나, 하나하나가 이렇게 고비를 넘기 어렵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 총장은 “야당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국회의원이면 제가 말씀드리는 ‘법불아귀’의 ‘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여러분들처럼 어려운 분들이 솔직히 없다”고 강조했다. 법불아귀는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이 공정하고 법률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사자성어다.
이 대표의 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법원과 검찰의 영장 판단에 대해서 생각이, 또 입장이 많이 다르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에서도 충분하게 범죄 혐의는 소명이나, 범죄 혐의에 대한 의심이 상당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걸로 안다”며 “다만 법원에서는 방어권 보장을 중심으로 본 것이고, 검찰은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중심으로 봤다”고 설명했다.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표적 수사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전 정권인 문재인 정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밝히며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장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수사해 온 사건들은 지난 정부에서 계속 진행돼 온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와 비슷한 고민이 있었는지 몰라도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당시 ‘지난 정부에 대한 수사는 이번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이번 정부에서 그에 관여할 수도 없다.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수사를 말릴 수도 없는 거 아니냐’는 표현을 썼다”며 “(저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책무와 소명 과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이 376회에 달하며, 이는 명백한 과잉수사라는 야당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제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압수수색할 때, 삼성·롯데·SK그룹을 압수수색할 때에는 압수수색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마디도 안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희 나름대로 차분하게 절차를 거쳐서 하고 있고,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어가는 것 같이 어렵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서 적법하게 정식으로 집행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 등을 지휘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새로운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의겸 위원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위장전입과 더불어 무단 범죄기록 조회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 차장검사를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 위원은 이날도 이 차장검사가 재벌그룹으로부터 식사접대와 스키장 이용 등의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저희한테 감찰 자료로 이미 고발하셨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 살필 것”이라며 “수사와 감찰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위원께 ‘감찰총장이라는 말을 듣겠다’고 했다”며 “검사는 자기 손이 깨끗해야 단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다만 그는 “국정감사장이 이정섭 차장이라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생각된다”며 “(식사, 스키장 의혹 등을) 저는 처음 보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보고 제가 (이 차장검사의) 업무배제에 대해서 바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탄희 위원도 “이정섭 검사 건에 대해 총장이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데, 점점 오해가 생긴다”며 “이 검사 건 말하면서 이재명 대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재명 수사를 했던, 윤석열 수사를 했던 비리 검사면 처벌하고, 청렴한 검사면 안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청문회라고 한 답변도 부적절하다. 총장 직무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총장이 (검사에 대해) 감찰할 권한도, 의무도 있다. 직무기강을 유지할 의무도 있다. 정확하게 하라는 취지의 질의”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검사의 음주운전 사건, 공익신고자 보호의무 위반 등의 사건에서 적절한 처분을 받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제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에서 봤을 때 ‘제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싫다고 했는데, 그렇게 비치는 게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감찰과 수사를 정확하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차장검사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다. 관련 기업 사건을 그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 한 적이 없다”며 “스키장이 폐쇄됐었는데 스키를 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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