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와 법원노조가 ‘오후 6시 근무시간 후 재판 자제’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추진서’를 체결하고 각급 법원에도 이를 이행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정책추진서 체결이 비교섭 사항을 이면 합의한 것으로 보고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원행정처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인사협력심의관실은 올해 6월부터 7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각급 지방법원에 협약에 담지 못하는 비교섭 사항들을 정책추진서를 통해 이행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전국 37개 각급 법원 중 광주지법 등 20개 법원에서 정책추진서가 체결됐고, 서울남부지법 등 3곳에선 정책추진서가 작성돼 서명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공무원노조법에 따르면 기관의 관리와 운영에 관한 사항은 교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광주지법의 정책추진서에는 법원장 추천 과정에 ‘법원 구성원에게 참여 보장, 조합에 후보자에 대한 질의서 제출과 인터뷰 요청을 포함한 의견 청취 기회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권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법 등에선 ‘불가피한 경우 제외하고 근무시간 내 재판이 종료되도록 알림’ 등의 내용이 정책추진서에 포함됐다. 재판 지연 문제가 대두됐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국회에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책추진서’는 ‘단체협약’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추후 노조법 제31조에 따른 시정명령 절차를 통해 노동위원회에서 단체협약 인정 및 위법성 여부를 행정적 절차로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단체협약이 될 수 없지만 의미 있는 것들은 정책 추진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과정이었다”며 “(정책추진서가) 단체협약의 효력을 갖는 내용이 될 수는 없으며 (각급 법원이 정책추진서 내용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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