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24일(현지 시간) “수소경제, 스마트시티, 미래형 교통수단, 스타트업 등 공통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성명은 1980년 5월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이다.
이에 더해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을 전격 방문해 23분가량 단독으로 환담했다. 예정에 없던 환담 후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벤츠 승용차 옆자리에 동승해 이날 오후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15분간 함께 이동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행사장에 나타나자 청중들은 박수로 환호하며 휴대전화로 두 사람을 촬영하기도 했다. 국빈 초청국 정상을 직접 찾아와 단독 환담에 이어 공개석상에 함께 등장한 것을 두고 “파격에 가까운 환대”라는 평가가 나왔다.
양국은 성명에서 “교역·투자, 건설·인프라, 국방·방산, 에너지 등 기존 협력을 지속하며 탈탄소, 친환경 건설, 재생에너지 등 분야로 확대한다”며 “네옴(NEOM)시티, 키디야(엔터테인먼트 단지) 디리야(유적지 개발) 로신(주택 공급), 홍해 개발 등 사우디가 추진하는 ‘기가 프로젝트’와 연관 인프라 사업에서 함께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건설과 원유라는 1차 협력을 벗어나 고도화된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 등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모든 위반을 규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우디 정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제안 프로그램인 ‘담대한 구상’ 등 한국의 끈기있고 단호한 노력을 평가한다고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 고조에 대해 양국은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사우디 국방부 장관과 국가방위부 장관을 접견하며 “사우디의 국방개혁 성공과 국방력 강화에 한국이 일조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사우디 국방장관은 “차세대 방산 협력을 희망한다”면서 기술 협력과 공동생산을 더한 포괄적인 협력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리야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 동행 경제인 만찬에서 “사우디 순방에서 ‘팀코리아’는 156억 달러(약 21조756억 원) 이상의 수출 수주에 대한 업무협약(MOU)과 계약을 체결했다”며 “직면한 복합 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리야드 네옴전시관에서 170㎞ 직선 도시 ‘더 라인(The Line)’의 일부 구간이 단절된 이유가 산악 지형이라 터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자 “한국에 산악이 많아 터널을 뚫는 건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라고 하기도 했다. 이에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을 세일즈하는 데 단 1초도 낭비하지 않는다”고 답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윤 대통령은 24일 카타르에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중동 세일즈 외교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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