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다양성 필요… 농담도 못하나”
수도권 험지 차출 등 물갈이 시사
영남 중진 “자기사람 심기” 반발
일부선 “현역 절반이상 교체 필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5일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23일 임명 직후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 “희생 없이 변화 없다”고 밝힌 인 위원장이 여당 내에서 기득권으로 여겨지는 영남 중진들의 수도권 차출이나 2선 후퇴 등 물갈이론을 혁신위가 제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당내에선 영남권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랐다. 부산에서 3선을 한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혁신위발 영남 중진 물갈이론이 현실화할 경우 당내 내홍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인요한 “국민의힘, 좀 더 다양해야”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낙동강 하류’ 발언 의미에 대해 “6·25전쟁 때 우리를 지킨 곳이고 그 이후 많은 대통령이 거기서 나왔다”며 “좀 더 다양성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농담도 못 하느냐”고 했지만 낙동강 하류 발언이 ‘당내 다양성 확대’에 있다며 의미를 설명한 것. 당 관계자는 “당이 참신하고 다양한 인물로 영남 중진 위주에서 벗어나 ‘영남당’ 이미지에서 탈피하자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낙동강 하류 세력’이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인 이른바 ‘낙동강 벨트’ 지역구 의원들에 더해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포함한 영남 중진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PK와 TK 등 영남 65개 의석 중 56석을 차지하고 있다. TK는 25석 전부를, PK는 40석 중 31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을)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이만희 사무총장(경북 영천-청도) 등 당 4역(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중 3역을 영남 의원이 맡고 있다. 선거 때마다 “주류인 영남 중진 의원들이 용퇴하고 정치 신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TK 물갈이론’ ‘영남 쇄신론’이 이어지는 이유다. 김기현 2기 체제 출범 직후 TK 출신 이 사무총장을 임명하자 “도로 영남당 아니냐”란 비판이 이어졌다.
● 영남 중진 “수도권 위기론 대책부터”
반면 영남 중진들이나 지도부는 무분별한 교체가 답은 아니라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일을 사람 쫓아내듯이 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대책부터 내놓아야지 왜 영남을 거론하나”라고 말했다. PK의 한 의원은 “지역경쟁력을 기준으로 공천해야 혁신이지,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도 ‘영남 홀대론’ 반발이 나왔다. 한 영남 지역 초선 의원은 “일률적으로 물갈이하겠다는 건 지역 민심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원내대표도 7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영남 물갈이’에 대해 “과연 교체율만 높이는 게 좋은 물갈이냐. 좋은 사람으로 교체해야 좋은 물갈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영남에서 상당수 물갈이가 필요하다”란 반론도 적지 않다. 전날 장예찬 최고위원이 YTN 라디오에서 “선배님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주셔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PK의 한 의원도 “이번엔 영남 의원의 절반 이상을 물갈이해야 한다”며 “의원들도 항상 각오한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합을 이야기하는 인 위원장의 말을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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