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처럼 영남에만 머물러 있지 말라. (영남권 중진 의원들도) 서울 험지에 와서 힘든 걸 한 번 도와줘야 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내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대해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의 험지에 와서 도와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2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인 위원장 “죽으려면 안 변해도 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영남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거나 불출마해야한다고 보나. “대구·경북(TK)이든 부산·울산·경남(PK)이든 영남이 통째로 다 바뀌어야 한다. 낙동강 하류가 우릴 지켰다. 낙동강은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당이 무슨 낙동강 하류당이 돼 버렸다. 그러면 지금 한국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 호남 사람이 대구에서도 당선돼야 하고 대구 사람도 호남에서 당선돼야 한다. 살려면 변해야 한다. 죽으려면 안 변해도 된다.”
―서울로 가라는 건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영남 중진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한다고 경쟁력이 있나. “모두가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니다.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 험지에 와서 도와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기가 편한 지역구에서 이탈해야 한다.”
―21대 국회 여야 모두 실패했다고 하는데 당내 현역 의원들이 교체돼야 하냐고 보나. “국회의원들이 자기자신보다 당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희생하는 자세로 들어가면 이 선거가 어렵지 않다고 본다.” ―희생하는 게 선수와는 상관없나? “낙동강 이야기 아니다. 서울 안에서도 통 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명분만 갖고 할 수 없는 게 선거인데 서울이나 수도권에 와서 패배하면? “패배 안 한다. 국민들은 올바른 것 좋아한다. 대한민국 수준은 높다. 이 일도 8주, 두 달 안에 끝나는데 욕 많이 먹어도, 얻어터져도 상관없다.”
―서울 등 험지 출마를 먼저 밝히는 의원들에 인센티브가 있나. “룰은 냉정해야 한다. 경선은 잔치고 예고편이다.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경선을 통해 진 사람은 멋있게 승복하고 승리한 사람은 올라가서 힘을 합쳐 완전히 판을 바꿨으면 좋겠다.”
● 인 위원장 “혁신위 제시 방향 거역 힘들 것”
―전 지역 경선이 원칙인가. “제가 선거대책위원장은 아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이고 희망사항이다. 그리고 잘 건의하고 올리면 당 지도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가지 않겠나. (혁신위가) 제시한 방향을 아마 거역하기 힘들거다. 나는 긍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말하겠다”고 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국정 기조를 바꾸라고 말할 의향은.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 나는 국민 눈높이에 내려가기 위해서 뽑혔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방법론에서 매끈하지 않지만 또 그게 매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라고 건의할 의사가 있나. “저는 누구나 만날 수 있지만 대통령은 입장이 다르다. 정치는 법과 의학처럼 정확한 원칙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국민들도 융통성을 원하지 않겠느냐. 거기까지만 이야기하자.” ―혁신위 1호 안건으로 사면을 언급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내려가서 ‘형님 그러지 마시오’라고 말할 용의가 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굉장히 마음이 상했더라. 유승민 전 의원도 가능한 빨리 만날거다. 계속 노력할거다”
―이들을 혁신위 초반에 직접 만날 계획이 있나. “1호 안건에 올린 것이다. 이걸 최고위에 전달되고 어떻게 할 지는 그 사람들(당 지도부)에게 넘기는 것이다. 말 그대로 ‘recommendation(권고)’이다.
―중도층 유권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유권자의) 20%는 ‘꼴통 보수’고, 20%는 ‘꼴통 좌익이다. 선거 결론을 내는 60%는 아이 학교 보내기 바쁘고 시장 다니는 어머니들, 직장 다니는 샐러리맨이다. 그 사람들은 좌도 우도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제가 공천하는 건 아니다. 기초를 잘 다지고 그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 제가 워낙 변화를 많이 요구하니까 당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곤욕스러울지도 모른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수도권 위기론’을 반영한다는 시각이 많다. “강서는 지나간 일이다. 미래지향적으로 살아야 한다. 예방접종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심없다. 우리가 변하면 강서와 같은 일은 안 일어난다”
―혁신위가 만든 공천 룰을 당내에서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다. 100%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70~80%만 수용돼도 성공이다.”
●인 위원장 “민주당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인가. “나는 내려놨다. 유혹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없어졌다. (혁신위가) 끝나는 날까지 올인할 것이다.”
―다른 혁신위원들의 총선 출마에 대한 생각은. “축구경기하는 사람이 룰 못 만들겠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도 하고 감독도 했다. 플레이어가 혁신위에 들어오는 건 아주 좋은 거라고 본다.”
―혁신위의 권한 범위를 두고 이야기가 많다. 권한을 어떻게 쟁취하고, 혁신안을 수용시키려 하나. “제가 모든 것을 바꿀 순 없다. 다 만날 것이다. 최고위원들도 만나고 설득하고 할 것이다. 당과 대립적으로 가고 싶지 않다. 같이 한 배를 탔다. 나를 여기 데려다놨으니 편 아니냐. 나는 정치를 모르고 초짜지만 국민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걸 원한다. 우리가 자잘한 욕심을 내려놓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민주당에서 혁신위원장이나 당내 영입 제의가 온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가 눈물날 정도로 존경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2년간 혹독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세브란스 병원이 14개 병원과 비자발급용 신체검사 수수료를 담합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가 관여했다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미워도 페어플레이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민주당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김 전 대통령 때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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