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 주최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 불참하는 대신 오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추모 예배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위로를 전달했다. 추모식 주최 측은 윤 대통령의 자리를 비워 뒀다.
이날 저녁 추모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4당 대표들은 추모식에 불참한 윤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 여당에선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김예지 최고위원,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일부 참가자는 인 위원장을 향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도망가지 말라”며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렀다.
● 대통령실 “정치적 논란 피하기 위한 것”
검은 넥타이에 검은 양복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이날 추모 예배 추도사에서 “우리는 비통함을 안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이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믿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바로 그 책임”이라며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추도 예배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치고 윤 대통령과 함께 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영암 교회는 윤 대통령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던 교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탄절에도 윤 대통령은 영암교회를 찾아 성탄 예배를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은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고 판단해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모가 중요한 날인데 가급적이면 정치적 논란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대통령 이동으로 생기는 경호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부작용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전국,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라며 “이태원 사고 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성북구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들은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4~7일 연달아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 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네 차례 또는 그 이상 직접 사과를 했다”고 강조했다.
● 참석자 일부, 추모식 참석 인요한에 욕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날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추모식에서 “유족들의 절절한 호소는 오늘도 외면받고, 권력은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다”며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오늘 이 자리조차 끝끝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진상조사 기구 설치 등을 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국민의힘 인요한 위원장 등을 비롯한 여당 참석자들은 별도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이 대표가 옆자리에 오자 일어나 악수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이 1부 추모식이 끝날 때까지 1시간 30분 자리를 지키다 자리에 일어나자 참석자 일부로부터 “윤석열 정부 사과하라”며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한 남성이 인 위원장의 어깨를 밀쳐 휘청이기도 했다.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회의 시작 전 묵념으로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김기현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더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 관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