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먼저 지급한 재난지원금 8000여억 원을 돌려받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약 57만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8000여억 원의 환수금 부담이 면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당시 매출 정보가 없던 상황에서 긴급히 지원돼 행정청, 소상공인의 귀책 사유가 없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우선 지원한 1, 2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1인당 최대 200만 원)이다.
여당은 환수 면제를 위한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27일 발의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야당이 소상공인을 위한 민생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면 조속히 처리해 법적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심사 또는 법안 개정이 필요한 경우 정부 여당이 구체적 안을 신속히 제시해 달라. 민주당은 적극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당정은 고금리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연체이자 제한’ ‘추심 부담 경감’ 등의 내용을 담은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입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 지원금 환수 면제, 법개정 필요… 野 “적극 협력”
당정 “57만명 8000억 환수 면제” “고금리-고물가에 소상공인 고통” 총선 앞두고 ‘선심성 대책’ 지적도
여당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매출 증감 확인 없이 선지급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8000억 원을 환수하지 않기로 하고, 야당도 찬성하고 나선 것은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의 대상은 2020년 지급된 1, 2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이다. 정부는 당시 지원금(1인당 100만 원)을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하되 매출 8000만 원 이하의 간이과세자에 대해 매출 감소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우선 지급했다. 이들이 부가세를 연도별로 납부하기 때문에 매출이 실제 감소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공고문을 보면 ‘매출 증가가 확인되면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적혀 있다.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를 위해 국회에는 27일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소상공인 재난 피해 극복에 필요했던 점 등을 고려해 재난지원금을 환수하지 않도록 명시하는 부칙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많은 소상공인이 예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1∼8월 소상공인 퇴직금 격인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은 89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 한 해 지급액 9682억 원에 육박한다. 이 공제금은 소상공인들이 폐업 때 기존의 적립금을 일시 지급받는 것으로, 그만큼 폐업이 늘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12월 말보다 358조 원 늘었다. 이날 당정에서는 이자 비용 경감을 위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확대 등도 논의됐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환수 면제에 대해 “민주당도 민생을 강조해왔고,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전략 포인트이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가 지원금 지급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자격 없는 사람도 지원금을 받았는데 환수하지 않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만큼 건전 재정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정책을 운영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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