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리는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 만난다. 이번 사전 환담 자리는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명암이 엇갈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마주 앉아 소통하는 자리가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갖는 환담 자리에서 이 대표와 만나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논의가 끝내 불발됐는데, 올해는 이 대표가 참석하게 돼 만남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사전 환담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진표 국회의장 등 5부 요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참석한다. 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등도 자리한다.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여야정 3자 회담’ 등을 요구해온 민주당 측은 시정연설 전 사전 환담 참석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가볍게 만나 차나 마시자는 게 아니다”라며 부정적이었지만 시정연설 하루 전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이에 대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먼저 협치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는 당내 조언을 이 대표가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제는 윤 대통령이 국정 전환 기조로 화답해야 할 차례”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만남이 얼어붙은 정국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전 환담은 참석자가 많긴 하지만 사실상 ‘3자 회동’의 성격도 있는 만큼 비교적 편안한 대화가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협치의 분위기는 만들 수 있겠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내걸거나 야유, 고성을 하지 않기로 거듭 확인했다. 다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회의 도중 “왜 그런 합의를 했느냐”며 “본회의장 밖 로텐더 홀 등에서 라도 기자회견 등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밖에서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 방안) 이야기도 나왔는데 할지 안 할지 내일 정도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민생을 최우선에 둔 예산안 기조를 설명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모든 정책의 최우선을 물가와 민생에 둔다는 내년도 예산안 기조를 설명할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간곡히 당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 하루 전날 정부 예산안 송곳 심사를 예고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이 대표는 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가족들이 배가 고파서 영양실조에 걸렸는데 형편이 어렵다고 밥을 굶기는 것”이라며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국정 기조의 전면적 전환이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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