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을 향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여야가 앞서 채택한 신사협정 취지가 무색해진 모양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 대통령이 사전환담을 위해 입장하는 동안 ‘민생이 우선이다’ ‘국정기조 전환하라’ ‘국민을 두려워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시위 현장 앞을 지나는 동안 “여기 한 번 보고 가시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환담 장소로 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셜을 앞두고 시위를 진행할지 여부나 그 방식을 두고 고심해오다 이날 시정연설 전 의원총회를 통해 피켓 시위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국정기조 전환을 통해 민생을 살피는 게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란 의사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여당과의 ‘신사협정’에도 불구하고 피켓 시위를 강행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야유하지 않고 본회의·상임위에서 피켓을 들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윤 대통령 시정 연설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불참한 데 이어 올해 피켓 시위까지 진행하면서 여야 간 긴장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피켓시위가 신사협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회의장 밖은 신사협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회의장 밖 공간까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야 간 신사협정을 의식한 듯 로텐더홀 피켓 시위도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민주당은 피켓 시위를 침묵 속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실제로 ‘여기 좀 봐 달라’는 말 외에 구호나 고성을 외치지는 않았다.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드는 모습도 포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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