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협정’ 野, 본회의장 밖 피켓시위…尹은 눈길 안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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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0월 31일 1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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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입장하며 피켓시위를 펼치는 민주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2023.10.31.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입장하며 피켓시위를 펼치는 민주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2023.10.31.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을 향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여야는 지난 24일 국회 회의장 내에서 피켓 시위와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 등을 하지 않는 내용으로 신사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데, 민주당 제안으로 맺은 이 협정을 민주당이 일주일 만에 자진 파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국회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피켓 시위 중이던 민주당 의원 50여 명과 마주했다. 이들은 ‘민생경제 우선’, ‘국정기조 전환’, ‘국민을 무서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의 입장을 지켜봤다. 일부 의원이 “여기 좀 보고 가라”며 고성을 내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고 사전환담장으로 향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내걸거나 야유, 고성을 하지 않기로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회의 도중 “왜 그런 합의를 했느냐”며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라도 기자회견 등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반발하자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께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협정에 명시한 장소가 회의장 내로 한정된 만큼 로텐더홀에서의 피켓 시위는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설연설을 앞두고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3.10.31. 사진공동취재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설연설을 앞두고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3.10.31.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한 5부 요인(국회의장·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에서 “지금 여야가 다, 정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어려운 민생을 해결하고, 또 신속하게 조치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국회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 계속 현장을 파고들고 경청하면서, 국회에도 저희가 잘 설명하겠다”며 “예산안 관련 국정 방향과 예산안에 관한 설명을 오늘 드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테고,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앞으로 국회에서 언제든 요청하는 자료와 설명을 성실하게 잘 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경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취해야 한다”며 “예산이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면 그 내용 면에서도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하지만, 시기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예산 심사와 관련해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대통령과 국회를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줘야만 예산안이 충실하게, 그리고 적기에 정리될 수 있다. 여당이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환담장에 들어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도 악수를 했다. 공식 석상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오랜만에 뵙는다’는 취지의 가벼운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환담에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5부 요인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정우택·김영주 국회부의장,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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