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을 향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여야는 지난 24일 국회 회의장 내에서 피켓 시위와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 등을 하지 않는 내용으로 신사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데, 민주당 제안으로 맺은 이 협정을 민주당이 일주일 만에 자진 파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국회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피켓 시위 중이던 민주당 의원 50여 명과 마주했다. 이들은 ‘민생경제 우선’, ‘국정기조 전환’, ‘국민을 무서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의 입장을 지켜봤다. 일부 의원이 “여기 좀 보고 가라”며 고성을 내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고 사전환담장으로 향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내걸거나 야유, 고성을 하지 않기로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회의 도중 “왜 그런 합의를 했느냐”며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라도 기자회견 등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반발하자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께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협정에 명시한 장소가 회의장 내로 한정된 만큼 로텐더홀에서의 피켓 시위는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한 5부 요인(국회의장·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에서 “지금 여야가 다, 정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어려운 민생을 해결하고, 또 신속하게 조치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국회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 계속 현장을 파고들고 경청하면서, 국회에도 저희가 잘 설명하겠다”며 “예산안 관련 국정 방향과 예산안에 관한 설명을 오늘 드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테고,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앞으로 국회에서 언제든 요청하는 자료와 설명을 성실하게 잘 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경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취해야 한다”며 “예산이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면 그 내용 면에서도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하지만, 시기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예산 심사와 관련해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대통령과 국회를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줘야만 예산안이 충실하게, 그리고 적기에 정리될 수 있다. 여당이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환담장에 들어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도 악수를 했다. 공식 석상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오랜만에 뵙는다’는 취지의 가벼운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