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 재개건이 31일 국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는 모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향해 광우병, 유럽국가들의 추가 쇠고기 수출 시도, 한우농가 살리기 등을 언급하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농해수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워생조건 심의를 실시했다. 정 장관을 비롯해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남기준 바른동물병원장, 박선일 강원대 수의과대 교수 등 관련 업계 전문가들도 자리해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안건은 상임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EU산 소고기는 2000년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 발생 이후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가, 프랑스는 2008년, 아일랜드는 2006년 우리 정부에 자국산 쇠고기 수출 허용을 요청했다.
이후 총 8단계 절차 중 현재까지 7단계의 절차를 거쳤고 마지막 국회의 수입위생조건 심의만 남은 상황이다.
국내 쇠고기 수입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이라 유럽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진출은 국내 한우업계에 가격 및 품질면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 건 처리가) 햇수로 3년째다. 지난 정부에서 무산돼버리고 거론도 안했다”며 “그러다 윤석열 정부에 와서 이 문제를 떠안으려고 하는데 준비기간이 있어야 된다. 준비없이 받아주면 축산농가만 엄청난 손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우리가 EU 27개국에 겁먹어서 논리를 억지로 만들어 문을 여는 것은 안 맞는다. 장관께서 지금껏 그래왔듯이 축산농가, 농민을 위해서 이 문제를 보살펴달라”고 주문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우 도매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사료값은 상승하고 있다는 건 다 주지하는 사실”이라며 “최근 런피스킨병 확산으로 두 나라의 쇠고기 수입이 우리 농가들의 사육 의지를 꺾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농식품부는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출 90% 이상이 EU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사실 독일을 비롯한 나머지 EU 8개국도 수입 재개를 요구해 올텐데 그러면 우리 시장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한우농가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최근 프랑스산 쇠고기에서 유행성출열병이 발병한 것을 언급하며 “장관과 박선일 진술인이 그렇게 우려할 만하지 않다, 또 법정 전염병으로 할 만하지 않다고 했는데, 현재 우리 방역체계에서 정말 우려할 점이 없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사실 한우협회가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저도 봤다. 그런데 오늘 진술하면서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조금 거꾸로 됐다 싶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이익을 살펴주기 위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세워야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국익을 위해 피해볼 것이 뻔한데도 동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길 듣고 좀 염려가 됐다”고 꼬집었다.
김 한우협회장은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2019년 수입허용된 네덜란드와 덴마크 경우와 같이 국제 기준보다 강화된 조건임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우려사항을 밝혔다.
김 회장은 “쇠고기 수입동향은 매년 증가세이며 프랑스와 아일랜드를 포함해 EU 각국들의 국내 수출이 허용된다면 농가들의 작업률 하락 및 경영 악화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EU는 세계 소고기 생산량이 세계 3위에 달하며, 프랑스와 아일랜드는 EU 내에서도 대표적 수출 강대국이다. EU에서 프랑스·아일랜드산의 단가는 높지만 미국산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어서 수입이 대폭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했 다.
여야의 우려가 이어진 끝에 심의는 결론지어지지 않았다. 농해수위 위원장인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 계속 심사가 필요하므로 (심의 안건을) 전체회의에 계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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