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R&D 예산 향후 늘릴것”… ‘부탁’ 5번 언급, 국회 협조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내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과학기술계 ‘R&D 삭감’ 반발 의식… “구조조정한 돈 취약계층 등 지원”
“3高로 민생 어려움” 대책마련 당부
한일관계 개선 등 외교성과 꼽아

취임 후 세번째 국회 시정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취임 후 세번째 국회 시정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취임 후 세 번째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부탁’과 ‘협조’ 표현을 각각 5차례, ‘감사’를 4차례 사용했다. 지난해 10월 예산안 시정연설 때는 마지막 인사를 제외하고는 ‘감사’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예산안 통과는 물론이고 3대 개혁과 같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직시한 듯 한껏 몸을 낮춘 것.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시정연설보다 훨씬 더 낮은 자세로 여야 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예산안의 키워드는 ‘건전 재정’과 ‘약자 복지’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운용 기조를 확인하면서도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민생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경제를 23번, 개혁을 14번, 민생을 9번, 물가를 8번씩 언급했다.

● 尹, R&D 예산 삭감 불가피성 설명


윤 대통령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예산 배정 과정과 향후 방침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또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 원 수준에서 30조 원까지 양적으로는 10조 원이나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3조4000억 원은 약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했다”며 “국가 재정 R&D의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 대신)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며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이후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한 상임위원장이 정부의 내년도 R&D 예산에 대해 질문하자 R&D 예산 지출 조정 이유와 향후 확대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R&D 예산 삭감 등 지출 구조조정으로 취약계층 지원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구차한 변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아무런 비전도 보이지 않는 마구잡이 삭감으로 점철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민국의 미래, 국민의 내일은 없었다”고 했다.

● 尹 “민생 안정 대책, 촘촘히 마련”


윤 대통령은 이날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며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으로 취약계층의 주거, 교통, 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연일 민생 현장 행보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시정연설에서도 민생을 강조한 것.

윤 대통령은 기초수급자 대상 생계급여와 대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집행과 관련해 국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170만 명의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 인상분과 100만 명의 대학생과 청년의 국가장학금 인상분 등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 123만 기초수급 가구에 가구당 최대 21만3000원을 인상해 총 1조5000억 원의 생계급여를 더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외교 성과로는 한미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체계 강화, 중동 주요국으로부터의 수출·수주 등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r&d 예산#구조조정#취약계층 지원#민생#내년 예산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