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를 하다 보니까 김영배 의원님께서 한동훈 장관 칭찬을 다 하시고. 예산 잘될 것 같습니다”(김도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2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고성 대신 웃음소리가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한 장관을 향해 “성의를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했고, 한 장관도 “좋은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여야가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감사원의 표적감사 논란, 허위 인터뷰 의혹 등으로 강하게 충돌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침을 공개하자고 제안하자 한 장관은 “다른 기관에 맞춰 공개하고 설명하는 절차를 갖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장관님이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하셨다”며 “한 번 기대를 가지고 보겠다”고 반겼다.
김 의원은 이외에도 소년범 출원생과 관련해 한국소년보호협회 자립생활관에 법무부 국장이 방문한 것에 대해 “성의를 바로 보여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국장이 먼저 조치하고 그다음에 제가 근간에 시간을 내서 갈 생각”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김 의원이 교정시설 예산이 부족할 것 같다고 하자 “제가 못 챙긴 부분인데 심의하시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고, 교정시설 노후기관들의 누수 점검예산 증액이 필요하지 않냐는 말엔 “좋은 말씀이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김도읍 위원장은 “법사위를 하다 보니 김 의원이 한 장관 칭찬을 다 한다”며 “예산안이 잘될 것 같다”고 했다.
한 장관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특활비 사용 내역 일부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도 “곧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어유 좋다”고 반겼다.
한 장관과 자주 공방을 벌였던 박범계 의원과도 간만에 날을 세우지 않은 대화가 오갔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아동보호 사건에서 상담전문가와 법률전문가 비용을 범죄피해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살펴봐달라고 했다. 한 장관은 “좋은 말씀이다. 잘해보겠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정말 잘해보실 생각인가”라며 “열심히 하려고 한 느낌은 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웃음 띤 얼굴로 “왜 갑자기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분위기가 좋아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여야는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4일 국회 회의장 내에서 피켓 시위나 고성·야유를 하지 않는 내용의 신사협정을 체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과 지난 정부 비판 내용을 빼고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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