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패배 사태’ 19일만에 복귀
당내 “돌려막기 인사” 비판 나와
“尹, 총선 공천 키 잡겠다는 뜻” 해석
尹-김기현 1기 지도부 오늘 만찬
국민의힘이 2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외부 인사 영입을 책임질 인재영입위원장에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사진)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난달 14일 사무총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지 19일 만에 핵심 당직에 복귀했다. 당 지도부는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 해 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지만 당내에선 “지도부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이 나왔다. 여권에선 “친윤 핵심이 돌아온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공천 키를 확실하게 쥐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회전문 인사’란 지적에 “당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좀 더 발전시킬 분들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며 “최종적으로 인재 영입에 대한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총선 1호 전략으로 내세운 ‘메가시티’ 서울 구상과 인요한 혁신위원장 영입에도 초기부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 및 여권 실세로 꼽히는 이 의원은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경찰청 정보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낸 ‘정보통’으로 불린다.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초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은 아니지만 이들이 갈등하며 부침을 겪은 것과 달리 조용히 물밑에서 움직이며 이제는 “찐윤(진짜 친윤)”이라 불리면서 가장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티 나지 않게 움직이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을 잇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윤 대통령으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얻았다고 한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친윤 세력을 오가면서 막후 조정자 및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의원이 대통령 뜻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를 왜곡하거나 와전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뢰를 받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 관계자는 “당초 윤 대통령은 보선 패배 뒤 이 의원의 사무총장직 사퇴 결정에도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총선 국면에서도 당과 용산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이 의원이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이 보궐선거 참패로 총사퇴한 주요 임명직 당직자들의 복귀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만간 출범할 총선기획단 등 당내 기구에 친윤계 핵심인 박성민 의원(전 전략기획부총장)과 박수영 의원(전 여의도연구원장)의 기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이 3일 김기현 대표와 이 의원, 박 의원 등 김기현 1기 지도부 인사들과 만찬 자리를 갖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비주류 인사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김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의원의 8월 “멀쩡한 배에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는 발언을 겨냥해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는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의원도 “이번 인사를 보니 김 대표가 내려와야 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날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대사면’ 차원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취소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지지율이나 올리라”라고 했고, 홍 시장은 “과하지욕(袴下之辱·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는 치욕)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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