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일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의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계 등에게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결단하라고 공개 석상에서 요구한 것. 인 위원장이 친윤 핵심 의원을 쇄신 대상으로 정조준하면서 총선 물갈이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혁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엔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하는 분들이 이득을 받았는데 이젠 정치인이 결단 내려서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 위원장의 발언은 혁신위의 의결 안건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다만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은 “혁신위에서 심도 깊은 토론이 있었고, 위원장이 말한 선에서 위원들 내부에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며 “핵심은 김기현 대표를 포함해서 지도부에 혁신위의 강한 뜻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 위원장은 불출마를 해야 하는 중진의 범위나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3선 이상 중진은 31명이며, 당내에선 친윤 의원에 대해선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 의원 등을 지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의 권고사항에 대해 “혁신위가 여러 가지 논의한 결과 종합적으로 제안해 오면 당에서 정식적인 논의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요한, 친윤 등 40명 겨냥 ‘희생’ 요구… 지도부는 “여론 보겠다”
與 혁신위發 ‘인적쇄신론’ 폭탄 인 “영남중진 자리 친윤 가면 죽는것” 당사자들 “선거판 모르는 해당 행위” 친윤 초선 이용 “黨 결정땐 불출마”
“당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일 당의 3대 축인 지도부와 현역 중진, 친윤(친윤석열) 그룹을 향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직후 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친윤 핵심 용퇴론’이 그간 인적 쇄신 무풍지대였던 여당에 파문을 일으킨 것.
인 위원장의 기준대로라면 쇄신 대상은 국민의힘 111명 중 최소 40명(36%)에 달한다. 김기현 당대표(4선·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7명과 3선 이상 정우택 정진석 주호영 등 중진 의원 31명, 여기에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 등 친윤 핵심을 더한 숫자다. 여당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한 인 위원장의 발언이라 무게가 가볍지 않다”며 “혁신위의 초기 요청을 지도부가 무시할 경우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 쇄신 대상자들이 “기계적 중진 차출, 친윤 불출마는 선거판을 모르는 해당 행위”라고 반발해 파장이 예상된다.
● 인요한 “정말 대통령 사랑하면 험지로”
인 위원장은 이날 지도부와 친윤 그룹을 향한 쇄신 배경을 설명하며 희생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그는 혁신안 발표 직후 MBC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하면 희생하자는 말”이라며 “정말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라. 못 하겠으면 내려놓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나 빨리 할지 몰라도 6주 안에 ‘나 수도권 어디 나가겠다’(는 지도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은 또 영남 중진 불출마 지역을 친윤, 검사 출신이 채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그것은 스스로 죽는 거다. 이상한 약을 먹고 죽는 것”이라며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친윤 그룹인 이용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과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출마하지 않겠다.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지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인 위원장의 요구에 즉답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이철규 의원(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한테 묻지 말고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을 원할 것이란 취지다.
친윤 그룹에선 반발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친윤 핵심 의원도 “인 위원장의 주장대로면 용산에서 출마하는 사람도 다 험지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총선에서 그런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중진 의원들도 들끓었다. 중진 31명 가운데 비수도권 의원은 25명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당장 듣기엔 통쾌하게 들릴지 몰라도 한마디로 무책임한 소리”라며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서울 지역에 꽂아 박으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 일각에선 “수도권 중도층에 소구력을 가질 혁신 전략”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이 친윤과 영남 지도부 등 주류 위주로 움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것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했다.
● 숨 죽인 지도부 “여론 살피겠다”
인 위원장의 이 같은 권고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인 위원장은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해 혁신위 정식 의결인 혁신안 형식 대신 ‘정치적 권고’라는 형태로 발표했다. 이날 혁신위 회의에서 6 대 6으로 찬반 논란이 거셌던 것도 권고 형식을 택한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당 지도부가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준 효과도 생겼다. 혁신안은 최고위에서 의무적으로 논의해야 하지만 정치적 권고는 해당되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일단 여론의 추이를 살피겠다는 태도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애초에 인 위원장의 제안은 일률적으로 당 규정에 적용이 불가능한 얘기”라며 “혁신안이 정제돼 나와야 비로소 검토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의 제안을 우리가 제한할 순 없는 것”이라며 “제안들에 대해서는 당의 절차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당분간 용퇴론을 제기해 나가며 당 지도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만약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든 옷을 벗고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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