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출퇴근하는 자식들 고생 너무 많아, 대찬성” vs “서울 쓰레기 떠맡는 것 아니냐. 현실성 없고 뜬금없어”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11월 4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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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입 추진에 김포 시민 기대와 우려 교차…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은 ‘메가시티’ 트렌드

“서울이 되면 교통난 해결에 힘이 좀 붙고, 중장기적으로 집값에도 호재 아니겠나.”(경기 김포시 마산동의 60대 김 모 씨)

“주소만 서울로 바뀐다고 없던 지하철, 버스 노선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서 회의적이다.”(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30대 윤 모 씨)

국민의힘이 10월 31일 김포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내놓은 것이 총선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여당이 지핀 ‘서울 편입론’에 경기 김포시 주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김포가 서울의 한 구(區)로 편입될 경우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고 부동산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갑작스러운 ‘메가시티’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교차한다. 지역 민심을 직접 듣고자 기자는 11월 1일 김포를 찾았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먼저 찾은 곳은 사우동 일대 원도심으로, 김포골드라인 사우역 출구로 나오자 관공서와 상가가 눈에 띄었다. 시청과 인천지법 부천지원 김포시법원, 지역 명문 김포고 등이 모여 있는 김포의 전통 중심지다.

“서울로 편입되면 ‘지옥철’ 문제 해결 기대”
11월 1일 경기 김포시 양촌읍 한 도로에 ‘김포시→서울 편입 공론화 환영’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아DB]
11월 1일 경기 김포시 양촌읍 한 도로에 ‘김포시→서울 편입 공론화 환영’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아DB]

김포시종합운동장 앞 사거리에서 만난 70대 주민 4명은 서울 편입에 대해 묻자 “대찬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무래도 서울로 합쳐지면 현재 심각한 교통난이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장기동에 사는 조 모 씨는 김포골드라인 출구 쪽을 가리키며 “저 지하철은 ‘지옥철’이라서 우리 같은 노인은 출퇴근시간에 이용할 엄두도 못 내고, 김포에 살면서 서울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자식들도 고생이 너무 많다”며 “지금은 경기도라는 이유로 5호선(서울지하철)을 연장해주지 않는 것 같은데, 같은 서울이 되면 해결될 듯하다”고 말했다. 마산동 주민인 김 모 씨는 “주소가 서울로 바뀌면 당장은 아니지만 집값도 더 오를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포 주민들은 ‘지옥철’이라는 말과 함께 극심한 교통난을 호소했다. 한 주민은 “승객이 많을 때는 과장이 아니라 압사하는 것 아닌지 공포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기자가 오전 11시쯤 김포공항역에서 사우역까지 가는 김포골드라인을 직접 탔을 때도 역사(驛舍)는 승객들로 붐볐다. 특히 2량에 불과한 열차는 출근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만석이었다. 김포골드라인으로 환승하기 전 타고 온 서울지하철 5호선이 강서구 방면으로 갈수록 텅텅 비다시피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열차 크기에 맞춰 승강장이 유난히 좁은 것도 눈에 띄었다. 이런 조건에서 러시아워에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혼잡도가 어느 정도일지 쉽게 짐작이 갔다. 4월 경기도와 김포시가 지하철 승객을 분산하고자 대체 버스 노선을 신설했지만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는 여전히 191%(경기도 6월 집계)로, 서울지하철 1~9호선 평균치인 145.7%(서울교통공사 2022년 말 집계)를 넘어섰다. “서울지하철은 열차 내부와 승강장이 넓기라도 하지, 여기(김포골드라인)는 비좁아서 체감 혼잡도가 훨씬 높다”는 게 김포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경기 분도(分道) 과정에 남도·북도 사이에서 골치를 썩느니 차라리 서울에 편입되는 게 낫다”고도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취임 후 경기 분도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경기 북부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독립시켜 독자적 성장동력을 키운다는 게 뼈대다. 이 같은 분도론에 대해 김포 민심은 분분했다. 한강 이남에 자리하지만 그간 김포 주민들은 쇼핑이나 문화생활을 위해 강 건너 고양시 일산신도시로 향하곤 했다. 이런 전통 생활권을 이유로 경기북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인구가 많고 경제력이 집중된 경기남도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김포 토박이라는 자영업자 이 모 씨(68)는 “경기남도나 북도로 가느니, 차라리 서울에 편입되는 게 주민들에게 훨씬 이득”이라면서 “당장이야 김포가 서울로 들어간다는 것을 두고 ‘현실성이 없다’ ‘어느 세월에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일단 이번에 화두를 던진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 김포만 많나”
8월 21일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이 승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동아DB]
8월 21일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이 승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동아DB]


낙관론 못지않게 서울 편입의 현실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주민도 많았다. 사우동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실을 운영하는 김 모 씨(61)는 서울 편입론에 대해 “찬반을 떠나 현실성 없는, 뜬금없는 얘기로 들린다”면서 “(김포를) 경기도가 보내주고, 서울시가 받아줘야 성립되는 구상인데 양쪽 모두 찬성할지 알 수 없고, 그 절차가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같은 사무실에 있던 김 씨의 동료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이 많은 게 김포뿐이 아닌데, 정말 경기도 산하 지자체들이 서울로 편입된다면 김포가 그중 우선순위가 높아봐야 얼마나 높겠느냐”고 말을 보탰다. 이들은 “이 일대 먹자골목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도 권리금이 4000만 원에 달하고 공실(空室)도 없었는데, 최근 공실이 부지기수다. 그만큼 지역경제가 안 좋다는 뜻인데, 뜬금없이 서울 편입을 꺼내 든 여당 정치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편입에 회의적인 주민들은 “여당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지고 수세에 몰리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난데없이 서울 편입 카드를 내놨다”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서 기자가 찾은 곳은 김포골드라인으로 3개 정거장 떨어진 장기역 인근 주택가.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곳으로, 경찰서·세무서 등 관공서와 아파트 단지, 상가가 혼재된 모습이었다. 상가 앞에서 만난 주부 김 모 씨(37)는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한 입장을 묻자 “행정구역이 서울로 바뀐다고 없던 교통대책이 나올 리 없으니 회의적”이라며 “괜히 김포가 일개 구로 편입돼 서울에서 나온 쓰레기를 떠맡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10월 31일~11월 1일 김포 지역 주부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에 편입됐다가 김포 수도권매립지로 서울 쓰레기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게시 글이 여럿 올라왔다. 또 다른 주민 최 모 씨(46)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이 교통난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데, 갑작스러운 서울 편입론 탓에 이슈가 묻히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정치인들이 중요한 지역 현안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 총선이 다가오자 서울시에 껴주겠다고 달콤한 얘기를 꺼낸 거 같아 전혀 공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한강신도시 주민 사이에선 서울 편입에 따른 부동산가치 제고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지역 자가(自家)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당장 교통 인프라 개선이 더뎌도, 주소가 서울로 바뀌면 미래 부동산가치가 크게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김포뿐 아니라 다른 시(市)들도 서울에 합쳐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일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서는 10월 31일 여권에서 서울 편입론이 나온 직후 김포시 아파트 단지가 검색 상위권에 들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위례신도시의 경우 같은 동네라도 주소가 서울 송파구 또는 경기 성남·하남시인지에 따라 집값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주소 변경’의 의미를 짚기도 했다.

메가시티 서울 vs 행정 대개혁


여권발(發) ‘메가시티 서울’ 이슈는 정치권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11월 2일 김포의 서울 편입을 비롯한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논의할 가칭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에는 5선 중진이자 토목공학 박사인 조경태 의원이 내정됐다. 김기현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서울 인근 김포와 유사한 도시에서도 주민들이 뜻을 모아오면 우리 당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 메가시티 서울 구상과 관련해 “고양, 구리, 하남, 성남, 남양주, 의정부, 광명 등도 주민의 뜻을 묻지 않을 이유가 없다”(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11월 1일 페이스북 게시글)는 등 서울에 인접한 다른 지자체들의 서울 편입론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서 거론된 지자체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서울 편입론을 주장한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시장과 11월 6일 만날 예정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시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연담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김포시장을 만나 뜻을 파악해보고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동연 지사는 김포의 서울 편입 구상에 대해 “참으로 황당한 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여권을 향해 “경제와 민생을 뒷전으로 하면서 국민 갈라치기를 하더니 이제는 국토 갈라치기까지 하고 있다”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전체 발전을 위한 경제정책인 반면, 여당 대표가 내세운 얘기(서울 편입론)는 그야말로 정치계산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행정 대개혁’으로 응수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1월 1일 “우리 당은 이전부터 메가시티를 주장했다”면서 “김포만 논의하기보다 전체 국토의 행정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에선 “무속인 천공이 서울-경기 통폐합을 주장했다”는 요지의 음모론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11월 1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천공이 “수도 서울과 경기도는 하나다. 통합해야 한다”고 말하는 강연 영상을 틀고 “김기현 대표의 김포 서울 편입 주장과 천공의 경기도 통폐합 주장이 자연스레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의견도 분분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대한 전문가 반응도 엇갈린다. 찬성 측은 “수도 확장을 통한 메가시티화(化)가 글로벌 트렌드”라고 강조하는 반면, 반대 측은 “급조된 공약에 불과하다”며 비판적 입장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계 대표적인 대도시권 모두 메가시티화로 국제 경쟁력을 키워가는 흐름”이라면서 “그간 국내에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간 협의체가 운영되기는 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예로 든 글로벌 대도시는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다. 이에 대해 그는 “기존 일본 도쿄도(都)는 서울처럼 그린벨트를 지정해 도시 확대를 막기도 했으나, ‘수도의 경쟁력 강화가 곧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과감하게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프랑스 역시 한때 지방으로 공공기관을 대거 이전해 신도시를 개발했으나 이런 정책을 포기하고 파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백인길 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백 교수는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시작된 이슈가 갑자기 메가시티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미 수도권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생활권인 메가시티”라면서 “그간 국내 학계에서 메가시티 구상은 발전 동력을 잃어가는 지방도시를 한데 묶는 전략으로서 논의됐을 뿐, 김포-서울 합병론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포를 서울에 합치자는 주장은 사실상 주소만 바꾼다는 것인데, 그런 식이면 수도권은 다 서울이 돼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선거를 앞두고 제기됐던 갑작스러운 공약들로 한국 도시계획이 엉망이 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도시계획 업무를 정치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1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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