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달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여권의 반대가 대통령실에 전달돼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정감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뉴스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정 의혹에 대한 현장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GIO의 동행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전달된 데 따른 조치로 전해졌다.
6일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네이버는 윤 대통령의 사우디 순방에 동행할 인사로 이 GIO를 명단에 올려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가 추후 대외‧ESG 정책 대표 참석으로 최종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사우디에서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하는 자리였던 만큼 이 GIO의 참여가 타진된 것. 성사됐다면 ‘은둔의 경영자’로도 불리는 이 GIO의 흔치 않은 대통령 순방 동행이 이뤄질 수도 있었던 장면이다.
그런데 경제계, 정치권 등 복수의 경로로 반대 의견이 대통령실로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GIO 본인이 글로벌투자 책임자로서 동행 의향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대표 선에서 순방 참여가 정리됐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권과 재계에서 네이버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 방통위 현장 조사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문제점이 대통령실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공룡포털 네이버에 따른 뉴스 시장의 황폐화 수준에 대한 네이버의 자정 노력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평소 경영 일선에 거리를 두고 있던 이 GIO의 순방 참여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네이버는 뉴스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정한 의혹을 두고 방통위 현장 조사를 받고 있다. 네이버는 올 8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뉴스 50년 치와 블로그 9년 치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밝히면서 한국신문협회가 “뉴스콘텐츠제휴 약관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여권의 기류가 묻어난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진행했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유력 대기업들이 경쟁당국 조사나 사정당국 수사를 겪으며 경영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 노력해 온 것과 달리 플랫폼 기업들은 단기간에 급속 성장하며 경영상 문제가 누적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는 국토교통부 주도의 원코리아 수주 순방단에 포함된 이후 수차례 사우디를 방문해 디지털트윈 플랫폼 수주를 주도했다”며 “그 때문에 애초부터 순방단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저희는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GIO의 순방 동행 문제에 대해서는 “네이버 측이 글로벌 투자 책임자로서 이 GIO의 동행을 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