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일 대구에서 만나 1시간 넘게 환담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중동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12일만에 이뤄진 전현직 대통령의 만남이다. 탄핵의 발단이 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사람과 그에 따른 혹독한 수사를 받은 사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앙금과 구원(舊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내년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이 빈번한 만남으로 신뢰를 구축하며 ‘보수 대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와 칠성종합시장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박 전 대통령의 달성 사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사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했다. 지난해 4월 사저 방문 때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안에서 윤 대통령을 맞은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며 윤 전 대통령을 반겼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사저 현관 진열대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정상 외교를 했던 사진들이 전시됐다.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후 두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는 사진도 놓여있다.
대화는 화기애애했다. 대화의 고리는 윤 대통령의 최근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성장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다.”(윤 대통령)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나” (박 전 대통령)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돼 있어 박정희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으로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윤 대통령)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박 전 대통령)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 잘하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뵈었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날 사저 거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환담에는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이도운 대변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홍차와 우유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재임 시절 정상외교 활동과 최근 수소차 등 산업 동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환담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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