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9일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 기술적 지원을 하는 것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방한해 이같이 밝힌 것.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에 정찰위성 등 군사기술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한미 외교장관은 이날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공동 대응 방안 등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러 협력이 “쌍방향 관계”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의 대북 지원을 겨냥해선 “매우, 매우 면밀하게 매우,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기술, 우주 발사기술에 대한 어떤 지원에 대해서도 진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등 정황은 다수 포착됐지만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과 관련해선 한미 당국 등에서 가능성 차원에서만 언급됐다. 이에 블링컨 장관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게 러시아의 대북 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새로운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해 북한에 군사기술을 이전하지 않도록 파트너들과 압박을 가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논의했다”고도 했다. 향후 한미, 한미일 등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추가로 대러시아 제재를 가할 가능성 등을 시사한 것. 우리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해 앞서 9월 대북 독자제재엔 나섰지만 대러시아 독자제재는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두 장관은 중국을 향해 북-러 군사협력을 막기 위한 “건설적인 역할”도 촉구했다. 박 장관은 “중국도 북-러가 밀착되고 군사협력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좋아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도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이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 한미가 중국에 대해 “전략적으로 함께 공유하는 접근법을 논의했다”면서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 문제 등이 언급됐다고 밝혔다. 11∼17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진 민감한 지역들에 대한 문제까지 논의했다는 것. 두 장관은 최근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날 이에 앞서 블링컨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북핵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중동 정세 불안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대외 정책의 주안점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 맞춰져 있다”며 “한일 관계와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진전을 이끈 윤 대통령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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