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66·사법연수원 13기)를 두고 법조계에선 법조문에 충실한 해석을 하는 ‘사법 소극주의’ 소신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관 시절에도 “법관이 정치적 판단자나 역사적 심판자로 자처해선 안 된다”며 법조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조 후보자가 이 같은 자신의 소신에 입각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를 이끌어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함부로 문언과 다른 해석 허용 안 돼”
조 후보자는 대법관 시절인 2019년 여수·순천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됐던 피고인들에 대한 전합 판결에서 “재심 사유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재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당시 조 후보자는 “형사소송법 규정 등에 따라 (재심 사유에 대한) 증명이 없으면 법원은 재심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며 “법관은 법률에 따라 증거와 사실에 근거해 심판해야지 정치적 판단자나 역사적 심판자로 자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 대한 국민적·정치적 감정과 별개로 법관의 판결은 철저하게 증거와 법조항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주식 압류 고지를 받기 전에 불복 항고가 가능한지를 다룬 전합 판결에서도 “함부로 문언과 다른 해석을 하는 건 허용될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9년에 조 후보자는 ‘수원 노숙소녀 피살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된 청소년 5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피고인의 변명이 불합리해 거짓말 같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순 없으며, 범죄사실의 증명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대 법이론연구센터가 지난해 학술지 ‘기초법학연구’에 게재한 ‘조희대 대법관의 사법철학 분석’ 논문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대법관 재임 시절(2014년 3월∼2020년 3월) 참여한 전원합의체 판결 113건 중 반대 의견을 낸 사건은 30건이었다. 그리고 그중 20건(66.6%)은 법조항이나 법의 일반적 원칙을 중시하며, 엄격한 법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후에도 “헌법이 정한 대로 법원이 운영되는 것이 법원의 본모습”이라는 소신을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 사법-입법 영역 명확히 구분
조 후보자는 또 과거 논문과 판결 등에서 사법과 입법의 영역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던 1997년 성(性)전환을 허용해야 할지를 다룬 논문에서 “성의 변경은 당사자 본인을 포함한 각종 법률관계에 엄청난 파장이 있다”며 “독일과 같이 (국회의)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법관 시절이던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유죄 취지 소수의견을 낼 당시에도 입법적 해결을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국회를 중심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종전 대법원 전합 판결의 법리를 느닷없이 뒤집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후보자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조 후보자에게) 판결문 초안을 보여주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부분 등에 대해 빼곡하게 의견을 달아 돌려줬다”며 “법조항에 충실한 판결을 강조해온 만큼 전합 역시 원리원칙에 입각해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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