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국민 1300만 명이 이용하며 일상으로 자리 잡았던 비대면 진료 역시 ‘표류’하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비대면 진료가 크게 위축돼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법안 5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이익집단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일 때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올해 6월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로 하향되자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부랴부랴 시범 사업을 도입했다. 시범사업에선 환자 안전을 이유로 원칙적으로 ‘재진 환자’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는데, 재진 환자의 범위가 ‘30일 이내 같은 질병으로 진료 받은 적이 있는 환자’로 너무 좁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주말과 공휴일엔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6월 비대면 진료 이용 건수는 전월 대비 절반 미만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반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다이어트 약 등을 쉽게 구하기 위한 ‘의료 쇼핑’ 창구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경계하는 의사 및 약사 단체의 입김이 ‘진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제화가 어렵다면 시범 사업을 개선하는 게 차선책이지만 이 또한 진척이 더디다. 복지부는 9월 ‘재진’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개선안은 나오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문제 등 현안이 쌓여 있어 당분간은 개선안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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