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업인 태양광 우대 혜택… 800여명이 가짜 영농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0일 03시 00분


감사원 전수조사… 공직자 6명 포함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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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농업인 우대 혜택을 받아 소형 태양광발전소 운영 권한을 얻은 2만4900여 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800여 명은 아예 서류를 위조해 허위 등록하는 등 ‘가짜 농업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전문 브로커를 통해 가짜 ‘농업 법인체’까지 세워 가며 차명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가짜 농업인 중에는 공직자도 6명 포함됐다. 2018년 7월 당시 문재인 정부는 100kW 이하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농축산어업인 자격만 증빙하면 조건 없이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9일 감사원에 따르면 전수 조사 대상의 37%(9200여 명)는 농업 외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상 농업인이 겸직을 하는 경우는 드문 만큼 이례적인 사례들”이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등에게 정권 차원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기조하에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무리하게 늘렸고, 그 과정에서 ‘태양광 장사판’까지 부추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은 다음 주 중 이런 내용이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전체 에너지원 중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전임 박근혜 정부 당시 11.7%에서 30.2%까지 늘렸다. 목표치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당시 정부는 소형 태양광발전소 수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한국형 FIT를 도입했다. 농업인들이 태양광발전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우대 정책을 내놓은 것. 하지만 소형 태양광발전소 상당수는 과부하가 걸리는 등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들, 브로커 끼고 ‘가짜 농업경영체’ 만들어 태양광 장사”


‘농업인 태양광 사업’ 감사
文정부 재생에너지 늘리자 편법 증가… ‘태양광 농업인’ 37%가 다른 일 겸해
공기관 250명은 허가없이 발전소 운영… 감사원, 8개 기관에 비위사실 통보

공무원 A 씨는 2018년 ‘농업인’이 됐다. 실제 농사를 지은 적은 없었다. 서류상으로만 농업인으로 등록한 뒤 정부 지원을 받은 ‘가짜 농업인’이었던 것. 그는 가짜 농업인이 되기 위해 마을 이장의 서명이 적힌 ‘경작사실 확인서’까지 위조해 당국에 제출했다. 발전량 100kW 이하의 소형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2018년부터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한국전력 자회사들이 소형 태양광 사업자들로부터 시장가보다 높은 고정 가격에 20년간 전력을 사들여주는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농업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배 이상 더 많은 발전량을 사용할 수 있다.

● “공무원이 브로커 통해 가짜 농업경영체”


감사원은 A 씨처럼 소형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며 정부의 농민 우대 혜택을 보기 위해 허위로 농업인으로 신고한 가짜 농업인이 최소 800여 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한 감사원은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해 9일 관계 부처들에 통보했다.

2018년 7월∼올해 8월 한국형 FIT에 농업인 자격으로 참여한 2만4900여 명 중 37%(9200여 명)는 농업 외에도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소형 태양광 우대 사업이 편법이 난무하는 ‘태양광 장사판’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짜 농업인으로 신고한 뒤 태양광 사업을 벌여온 정부 부처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도 6명 있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영리 업무를 겸직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일부는 브로커에게 수백만 원을 건네주고 ‘농업경영체’ 등록에 필요한 서류까지 꾸며 당국에 신고했다. 허위 농업경영체 명의로 국내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운 뒤 한국전력 자회사에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챙긴 것. 감사원은 이들이 속한 기관에 “징계나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허위 농업경영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재생에너지 목표량 늘리려 “부당 지시” 가능성


이처럼 위법 부실한 소형 태양광발전소가 난립하게 된 건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급속도로 늘리기 위해 농업인 우대 혜택 등을 지나치게 부여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소형 태양광 사업자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공무원·유관기관 직원들이 ‘눈먼 돈’까지 챙겼다는 것.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전체 에너지원 중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30.2%까지 급격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등을 상대로 정권 차원의 부당한 지시 등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8월 산업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1.6%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높이겠다는) 상향안은 탈원전 정책 기조하에서 하향식(Top-down)으로 설정된 과다한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감사에선 태양광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전력,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250여 명이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산업부 서기관 등 38명을 민간 태양광사업체와 결탁해 특혜를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수사요청했다. 한전 등 8개 공공기관에는 임직원의 비위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태양광 우대#가짜 영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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