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 한국 언론사 위장 사이트 38곳 개설… 반중 정서 재우려 친중반미 기사 집중 유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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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타임스’ ‘부산 온라인’ 등
국정원, 한국인 접속 차단할 계획
배후로 중국 국가안전부도 의심

한미가 공동 주최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3월, 중국 홍보업체가 만든 ‘가짜 언론사 웹사이트’인 서울프레스에
 실린 기사. “한국이 정치적으로 중국과 멀어지는 것은 지역 안정과 한반도 문제에서 불리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프레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미가 공동 주최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3월, 중국 홍보업체가 만든 ‘가짜 언론사 웹사이트’인 서울프레스에 실린 기사. “한국이 정치적으로 중국과 멀어지는 것은 지역 안정과 한반도 문제에서 불리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프레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중국의 언론 홍보업체 3곳이 국내 언론사처럼 위장한 ‘가짜 언론사 웹사이트’ 38곳을 개설해 친중·반미 성향의 기사를 유포해온 정황을 국가정보원이 포착했다. 이 언론 홍보업체 3곳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반중국 정서가 매우 커진 2020년 1월 이후 기사를 집중 유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업체들이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상대로 ‘가짜 언론사’ 개설 후 친중 성향 기사 등을 유포한 사례는 있었지만 한국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 산하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는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 가짜 언론사 사이트들에 대해 “한국 내 여론 조성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은 해당 온라인 사이트 38곳에 대한 한국인의 접속을 차단할 계획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중국의 언론 홍보업체로 추정되는 ‘하이마이(Haimai)’, ‘하이쉰(Haixun)’, ‘월드뉴스와이어’는 2020년 1월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가짜 언론사 웹사이트 38곳을 개설해 운영해 왔다. 이들은 ‘충청 타임스’ ‘부산 온라인’ 등 국내 지역 언론사와 비슷한 매체명까지 지었다. 또 정상적인 언론사처럼 보이기 위해 국내 언론의 기사들을 무단 게재했다.

특히 중국 미국 일본 관련 민감한 외교 이슈가 있을 때 이 3곳이 집중적으로 중국 홍보 기사나 반미·반일 기사 등을 유포했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미 등 5개국이 공동 주최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3월, 하이마이사가 개설한 가짜 언론사는 “한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득보다 실이 많다”는 기사를 유포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도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회의체다.

하이쉰사가 개설한 사이트는 지난해 9월 “미국이 한국으로 바이러스를 계속 보내는 ‘주피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국정원은 “명확한 배후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중국 당국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1월에는 외교부가 해킹 공격을 당해 4.5GB(기가바이트)에 이르는 이메일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최근 국정원은 이 해킹 공격의 진원지로 중국 국가안전부를 특정했다.

#中업체#한국 언론사 위장 사이트#친중반미 기사 집중 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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