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17일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설득해 북한 핵문제를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분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국립외교원이 ‘한미동맹 70주년,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서울외교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미중 전략적 경쟁으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미중 전략적 경쟁이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새로운 전환점”이라며 “중국·러시아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의장성명 채택을 거부하면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한미는 뜻을 같이하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정교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 양국은 북한이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 때마다 ‘미국 책임론’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 해킹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의 이 같은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일본·영국·독일 등과 함께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그는 “북한 정권이 민생을 도외시하고 핵개발을 추구한다는 실상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되면 그 분노가 급격히 커질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실상을 적극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는 동전 양면과 같다”며 한미일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그 대응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실장은 미중 전략적 경쟁 상황에서 견고한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맹국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단 점 또한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만 외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 원칙을 깨뜨리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신고립주의·중상주의자가 차기 미 대통령이 되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적극 유지하려는 미국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고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도 크게 흔들릴 것. 동맹국들이 미국보다 중국과의 협력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전략적 전이’를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한미 양국의 지도자와 고위층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양국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공공외교를 전개하면 한미동맹에 대한 시각이 잘못된 리더가 (차기 미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해당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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