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하면 나도 선당후사로 험지로 나가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자기들이) 총선 경선에서 밀릴 것 같으니까 공천 보장하라고 투정하는 것 아니냐.” (민형배 의원)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험지 출마’를 놓고 17일 격돌했다. 전날 ‘원칙과 상식’을 출범한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희생’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비명계가 아닌 ‘혁신계’로 불러달라며 본격 세력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친명계도 “이 대표가 험지에 나가는 게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나”라며 “당이 싫으면 (혁신계가) 나가면 된다”고 강경히 맞섰다.
양측의 공개적인 설전에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때 1차전을 치렀던 두 세력이 이번엔 ‘험지 출마’를 놓고 2라운드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 “공천 받으려 저항’” vs “혁신 위한 충정”
‘원칙과 상식’ 소속인 윤영찬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당 대표부터 당 지도부 등이 이번 선거를 위해 희생을 하겠다는 각오가 나와야 당의 혁신 분위기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역시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친명계 의원들이 ‘우리도 (험지 출마)할 테니까 너도 해라’고 하면 무조건 하겠다고 국민께 약속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분열과 혐오 정치를 양산하는 주범인 ‘개딸(개혁의 딸)’과 단절한다면 앞으로 정치 행보에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강성지지층에 선을 그을 경우 이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이날 원칙과 상식 명의로 첫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혁신은 총선승리를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 “원칙과 상식이 민주당 혁신의 마중물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친명계와 지도부 의원들은 반격에 나섰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SBS라디오에서 “총선을 이끌 당대표가 경북에 가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당의 승리에 과연 유리하겠냐”며 “회의적이라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초선 강경파 모임 ‘처럼회’ 소속인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원칙과 상식’ 의원들을 향해 “속셈 빼고 정직하게 말하라. 왜 하필 지금인가. 내년 총선 경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라고 지적했다. 범친명계인 김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곳곳에 꽹과리 소리다. 총선 시즌 고정 레파토리”라며 “검찰독재, 민생파탄과 싸워야 한다. 이게 원칙과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이 싫으면 나가면 된다”고도 직격했다.
● 당 내 또 다시 계파 갈등 고조 우려
이들의 갈등을 놓고 당 안팎에선 “‘당 대표 사법리스크’ 관련 갈등에 이은 두 번째 파워게임”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1라운드에서 친명계가 압승했다면, 이후 숨죽이고 있던 비명계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총선 공천 시즌이 다가오자 죽기 살기로 결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대로 이 대표 체제하에 총선을 치르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비명계 일부가 ‘비명 탄압’이라는 프레임이라도 얻어 ‘현역 물갈이’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에 시스템 공천이 있기 때문에 혁신계의원들을 그냥 학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설사 공천을 받고 싶다 해도 지금부터 말을 닫고 입을 닫고 ‘이재명 대표 진짜 지지할게’라고 하면 개딸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원칙과 상식’ 출범이 당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비명계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모임 합류를 거절했다는 한 비명계 의원은 “당 지지율이 나쁘지 않고 대장동 의혹 등 이 대표의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주도권을 뺏어올 계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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