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근 美와 대화속 韓은 후순위
대통령실 “2박3일 일정 매우 촘촘
매달리는 건 건강한 외교 아니다”
26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주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중 당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되면서 최근 양국 관계가 다시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내 개최로 추진한 한중일 정상회의도 일단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게 물밑에서 먼저 손을 내밀던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한국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당분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26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관계 개선에 모멘텀이 될 만한 진전된 합의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 “한중 모두 정상회담 필요성 적었던 게 사실”
윤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국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한중 정상이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에 다시 마주 앉을지였다. 이를 위해 한중 실무진은 다른 APEC 정상외교 일정 중에도 양국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조율했다. 하지만 결국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APEC 첫 세션에 앞서 3분가량 악수한 뒤 담소했다. 시 주석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이번 APEC 일정 중 중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 불발 배경에 대해 19일 “기본적으로 2박 3일간 행사 일정이 매우 촘촘했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이 최근 리창(李强) 중국 총리 등을 만난 만큼 “양국 간 긴박한 현안들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상태”라고도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엔 특히 시 주석의 일정이 매우 빠듯했다고 한다. 한중 실무진 간 사전 논의에서 회담 의제·성과 등에 대한 합의도 원활하게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 중국이나 이번에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적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큰 의제가 없더라도 정상회담을 갖는 건 분명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면서 “일본과는 했지만 우리와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게 달가운 상황은 아닌 게 맞다”고 했다.
당초 이르면 연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 한중일 정상회의도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다음 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해도 이후 서울에서 열릴 3국 정상회의 의제 설정, 공동 문안 등 조율에 최소 2, 3개월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당국자는 “중국이 최근 일정 조율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게 (개최 논의가) 늦어진 이유”라고 했다.
● 한중 관계 ‘해빙기’서 다시 난기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충돌,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무례한 언행을 둘러싼 기 싸움 등이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관계 개선의 기류가 감지됐다. 앞서 7월 최영삼 당시 외교부 차관보의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한중 외교 수장 간 회담, 9월 한덕수 국무총리와 시 주석의 면담 등이 이어지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 특히 시 주석은 한 총리를 만나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먼저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해빙기로 가는 듯한 기류는 최근 다시 교착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이는 중국의 달라진 태도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던 때엔 한국을 잡기 위해 물밑에서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꾀한 중국 당국이 최근 미중 대화가 이어지자 한국과의 관계를 다소 후순위로 미뤘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이런 중국의 태도가 단순히 미중 정상회담 등을 챙기느라 여력이 없어 생긴 일시적인 반응이라면 괜찮다”면서도 “한국에 대한 중장기적인 외교 기조로 이어질 경우 다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굳이 우리가 먼저 매달리진 않겠다는 기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에) 매달리는 상황은 건강한 외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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